[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매콤 새콤 짭짤… 허브-향신료의 파티 ‘똠얌꿍’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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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쏨차이의 똠얌꿍. 홍지윤 씨 제공
쿤쏨차이의 똠얌꿍.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우연히 본 어느 블로그에서 몇 년 전 내게 요리수업을 들었던 수강생의 후기를 읽게 됐다. 그 한 번의 수강을 끝으로 그녀를 다시는 볼 수 없었는데 그 글을 읽고 이유를 알게 됐다.

“태국 요리를 좋아한다면서 고수를 못 먹는다는 건, 한국 요리를 좋아하는데 마늘을 못 먹는다는 것과 같으니 요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이라 했던 내 말이 고수를 못 먹는 그녀를 자극했던 것이다. ‘개인의 취향을 무시하는 자격 없는 선생’이라며 그녀를 응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표현 방식이 거칠어 감정이 상했다면 미안한 일이지만, 고수 같은 허브와 향신료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안타까울 따름이다. 올여름 한반도처럼 사시사철이 더운 열대지방에서는 향이 강한 허브와 향신료가 필수다. 더위에 지쳐 입맛을 잃으면 토종닭, 장어, 한우처럼 몸에 이로운 보양식도 즐길 수가 없다. 입맛 살리기에는 허브와 향신료로 맛을 낸 새콤 매콤한 동남아 요리가 제격이다.

닭과 새우껍질을 우려낸 국물에 레몬그라스, 갈란갈(생강과 비슷한 채소), 라임잎을 넣어 향을 내고 마늘과 고추, 샬롯(작은 양파 모양의 향신채)을 볶아 만든 칠리 오일과 남쁠라(태국식 발효어장)로 간을 한 뒤, 새콤한 라임즙으로 신맛을 돋운다.

마지막으로 화룡점정의 고수를 듬뿍 넣고 들이켜면 매콤하고 짭짤하다가 새콤하게 마무리해주는 똠얌꿍. 올여름 가장 추천하고픈 요리다. 동남아 허브의 집합체이며 태국을 대표하는 요리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기를 얻은 덕에 프랑스의 부야베스, 중국의 샥스핀과 함께 세계 3대 수프로 알려져 있다.

똠은 태국말로 ‘끓이다’는 뜻이며 얌은 ‘신맛’, 꿍은 ‘새우’를 의미다. 같은 양념에 닭고기를 넣으면 똠얌가이가 되고 생선을 넣으면 똠얌쁠라가 된다. 하지만 똠얌수프의 핵심은 건더기가 아니라 향신료가 진하게 우러난 국물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마늘과 고추가 들어가 매콤하면서도 레몬그라스와 라임의 달큼하고 상큼한 향이 곁들여져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색다르다. 밥과 함께 곁들이면 찌개나 국이 되고 쌀국수를 말아서 먹으면 개운한 일품요리가 된다.

우리나라의 마늘, 생강, 파 같은 향신채는 주재료의 비린내와 누린내를 억제하는 용도로 쓰이지만 동남아에서는 허브와 향신료가 발산하는 향과 맛 자체를 즐기는 편이다. 요리에 풍부한 향을 주면서 소화를 촉진하고, 습하고 더운 날씨에 지친 입맛을 살려주는 허브와 향신료는 열대 지역에서는 보물 같은 존재다. 유럽이 오래전 식민지 개척에 열을 올린 이유 중 하나도 남반구에서만 자라는 향신료 때문이었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중독성이 강하다는 뜻이다. 허브와 향신료를 즐길 수 있게 된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요리의 신세계를 맛볼 수 있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 툭툭누들타이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161-8, 똠얌꿍 1만6000원

● 부아 서울 용산구 보광로59길 9, 똠얌꿍 1만6000원

● 쿤쏨차이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53길 23, 똠얌꿍 1인분 1만 원
#똠양꿍#태국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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