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맛’보다 ‘듣는 맛’… 급성장하는 세계 오디오북 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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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오디오북 시장 전자책만큼 성장… 국내는 아직 기업간 거래가 중심
비싼 제작비가 활성화 걸림돌… 오픈 마켓형식이 대안될 수 있어

오디오북이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란 국내 출판 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사진은 오디오북 애플리케이션인 ‘오디언’과 네이버의 ‘오디오클립’. 각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오디오북이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란 국내 출판 시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사진은 오디오북 애플리케이션인 ‘오디언’과 네이버의 ‘오디오클립’. 각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카세트테이프, MP3 기기로 어학이나 자기계발 콘텐츠를 듣는 데 머물렀던 ‘오디오 북’이 최근 인공지능(AI) 스피커의 확산 등 기술 발전에 따라 정체된 출판 산업의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오디오 북 시장은 발상지인 미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에 따르면 2016년 미국의 오디오 북 시장은 전년 대비 18.2% 성장해 21억 달러(약 2조3600억 원)를 넘어섰다. 전체 출판시장의 약 10% 규모로 2014년 이후 하락세인 전자책 시장을 추월할 기세다. 거대 출판그룹 펭귄랜덤하우스가 모든 신간의 오디오 북 제작 출시를 추진하는 등 출판사들은 오디오 북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새로운 소비 행태도 발견된다. 원래 오디오 북은 이동이나 청소 등 다른 일과 병행하며 들을 수 있다는 장점에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오디오북출판협회(APA)의 이용자 조사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디오 북에만 집중한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소비자들이 오디오 북을 듣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국내에도 주목할 만한 오디오 북 출시 사례가 있다. 지난해 9월 커뮤니케이션북스가 USB에 담아 출시한 오디오 북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가 완판을 기록했다. 그러나 국내는 여전히 도서관용 콘텐츠를 제작해 납품하는 등 기업간 거래(B2B) 시장이 중심이다. 원천 콘텐츠를 갖고 있는 출판사들이 오디오 북 시장에 본격 진입해야 소비 시장이 활성화 될 것으로 출판계는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책 한 권(300쪽 기준)에 약 700만∼800만 원가량 드는 제작비다. 규모가 크지 않은 출판사들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제작비 절감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출판사와 낭독자, 녹음스튜디오를 연결하는 오픈 마켓이다.

아마존의 오디오 북 서비스 ‘아마존 오더블’이 운영하는 이 모델은 일종의 개방 오디션 방식. 작가나 출판사가 원천 콘텐츠인 책을 플랫폼에 등록하면 낭독자가 오디오 북 샘플을 만들어 올린다. 출판사는 그중 좋은 낭독자를 골라 계약한다. 지난해 6월 기준 8만7000종의 콘텐츠가 이 마켓을 통해 제작돼 유통되고 있다. 제작비는 기존 대비 30∼5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환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미래산업팀장은 “아마추어 낭독자를 육성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교육 프로그램과 녹음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걸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디오북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네이버 오디오클립, 오디언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구입해 들을 수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오디오 북#인공지능 스피커#아마존 오더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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