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자본주의 시대, 팔리는 상품이 된 페미니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페미니즘을 팝니다/앤디 자이슬러 지음/안진이 옮김/412쪽·1만7000원/세종서적

공연 중인 미국 가수 비욘세. 저자는 비욘세의 페미니스트 퍼포먼스가 스타들의 도미노 효과를 불러왔다고 말한다. 동아일보DB
공연 중인 미국 가수 비욘세. 저자는 비욘세의 페미니스트 퍼포먼스가 스타들의 도미노 효과를 불러왔다고 말한다. 동아일보DB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특징으로 ‘이윤획득을 목적으로 상품생산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꼽았다. 쉽게 말해 ‘돈’이 될 수 있다면 그 무엇도 만들고, 팔 수 있다는 뜻. 아마도 자본주의는 그것이 자신을 부정하는 반자본주의적인 것일지라도 돈이 된다면 기꺼이 사고팔 것이다.

앤디 자이슬러의 ‘페미니즘을 팝니다’는 사회운동의 하나인 페미니즘이 이런 ‘시장 논리’ 속에서 변해가는 모습을 차분하게 지적한다. 물론 그 시장에 적용돼 가는 페미니즘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다. 우리는 어떻게 페미니즘을 점점 더 많이 소비해가고 있을까. 또 더 많이 페미니즘을 소비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안 바뀌거나, 잃어가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처럼 초기 페미니즘 운동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이 단어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대중매체와 대중문화와의 결합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봤다. 오랜 노력 끝에 양자는 결합했고, 많은 곳에서 대중매체나 대중문화 스타들이 페미니즘을 다루기 시작했다. 가수 비욘세는 800만 명이 넘는 청중 앞에서 당당히 페미니스트의 개념을 설명했고, 영화 ‘해리포터’의 에마 왓슨은 유엔에서 성평등에 관한 연설을 했다. 동시에 전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속옷, 매니큐어는 물론 막대걸레에서까지 페미니즘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마초 잡지인 ‘맥심(Maxim)’이 여자 연예인들의 성적 매력을 더 이상 순위 매기지 않는다고 ‘페미니스트들의 필독 잡지로 등극했다’고 하는 뉴스가 나올 정도로. 저자는 이런 현상에서 ‘페미니즘’이 과거와 달리 시장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른바 ‘시장 페미니즘’이다. 광고는 사회가 요구하는 획일적 미의 기준에 반발하는 한 여성을 조명한다. 고민 끝에 그녀는 ‘이것은 나의 선택, 나를 위한 일’이라 결정하고, 은연중 페미니즘이 투영된다.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화장품, 비누(또는 다이어트 음식 회사). 은연중 광고는 ‘여성 개인의 주체적인 삶과 결정’이라는 콘셉트를 자사 상품과 연계시키고, 이를 통해 상품을 소비하게 한다. 이런 유의 시장 페미니즘은 엄청나게 늘었지만 반대로 정말로 필요한 분야―보육, 낙태, 남녀평등헌법수정안 등―는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후퇴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저자는 시장 페미니즘이 선택하지 못한 분야는 과거처럼 주목을 못 받을 수 있겠지만, 그 분야야말로 상업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소수가 아닌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곳이라고 힘을 준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페미니즘을 팝니다#앤디 자이슬러#안진이#페미니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