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김제 이어 고흥에… 조정래의 3번째 문학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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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조종현-아내 김초혜 시인 포함… 육필원고-편지 등 1274개 자료 전시

전남 고흥군에 30일 문을 연 ‘조종현 조정래 김초혜 가족문학관’ 앞에 선 조정래 소설가(왼쪽)와 아내 김초혜 시인. 조 작가는 “앞으로 겨울은 고흥에서 보내겠다”고 말했다. 해냄 제공
전남 고흥군에 30일 문을 연 ‘조종현 조정래 김초혜 가족문학관’ 앞에 선 조정래 소설가(왼쪽)와 아내 김초혜 시인. 조 작가는 “앞으로 겨울은 고흥에서 보내겠다”고 말했다. 해냄 제공
조정래 소설가(74)와 아버지인 조종현 시조시인(1906∼1989), 아내 김초혜 시인(74)의 문학 세계를 조명한 ‘조종현 조정래 김초혜 가족문학관’이 전남 고흥군에 30일 문을 열었다. 고흥은 조 시인의 고향이다.

조 소설가에게는 이번 문학관이 조정래태백산맥문학관(전남 보성군), 조정래아리랑문학관(전북 김제시)에 이어 세 번째다. 4남 4녀 중 차남인 그는 “교과서에도 실렸던 아버지의 문학이 잊혀지는 게 가슴 아팠다. 영원한 문학성을 볼 수 있는 집을 고흥군에서 지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종현 시조시인의 육필 원고 ‘나도 푯말 되어 살고싶다.’ 해냄 제공
작가별로 마련된 3개 전시실에는 육필 원고와 편지 등 1274개 자료가 있다. 전남 순천시 선암사에서 출가해 만해 한용운 선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한 조 시인은 이후 환속해 국어교사가 됐다.

이날 김훈 소설가는 축사에서 조 시인의 ‘욕심쟁이’, ‘영하 18도’를 낭송하며 “인간 사랑과 생명 존중을 노래했던 조 시인의 작품은 소설 ‘태백산맥’의 씨앗이 됐다”고 말했다. 조 소설가는 이를 수긍하며 “‘태백산맥’의 주인공 김범우가 아버지 생김새 그대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선으로 선암사 주지가 된 아버지는 절이 소유한 논을 소작농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려 했는데, 여순사건 후 빨갱이로 몰려 극심한 고문을 받으셨다. 평생 가난 속에 독립과 문학을 위해 사신 아버지에게 효도하고 싶었는데 ‘태백산맥’을 다 쓰기 전에 암 투병을 하다 돌아가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가족문학관이 개관하기까지의 우여곡절도 밝혔다. 그의 이름을 딴 문학관이 2개나 돼, 김 시인이 “사람들이 당신을 ‘문학관에 미친 사람’이라고 한다”며 반대했다는 것. 고민하던 그는 가족문학관 건립을 제안한 박병종 고흥군수에게 생애 가장 긴 편지(원고지 30장)를 보내 거절했다. 하지만 형제들이 가족문학관을 지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면서 김 시인이 의견을 굽혔다고 전했다.

가족문학관에는 한옥으로 된 조 소설가의 집필실이 내년 5월 완공된다. 그는 국가의 역할을 다룬 3권짜리 소설 ‘천 년의 질문’을 2019년 출간한 후 매달 마지막 주에는 3개 문학관에서 이틀씩 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열심히 글을 쓰고 독자들과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세금으로 문학관을 지어준 데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흥=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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