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능력만능주의가 낳은 ‘재능귀족’이라는 괴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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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함의 숭배/크리스토퍼 헤이즈 지음/한진영 옮김/404쪽·1만7500원·갈라파고스

저자는 엘리트주의를 표방한 ‘재능 귀족’들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현상을 비판한다.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모습. 갈라파고스 제공
저자는 엘리트주의를 표방한 ‘재능 귀족’들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현상을 비판한다.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모습. 갈라파고스 제공
“개천에서 용났다”라는 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 자녀의 성공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계층 이동이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용났다”고 하면 무조건 좋은 것일까. 똑똑한 이들에게 부와 권력, 명예를 가져다주는 것이 능력주의 시스템의 핵심이다. 이 책은 능력주의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폐해에 대해 분석했다.

저자는 미국의 정치평론가로 미국 MSNBC에서 뉴스와 시사평론을 진행하고 있다. 책에선 미국의 사례로 능력주의의 부작용을 설명하고 있지만 그 양상이 한국과 매우 유사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능력주의의 핵심은 인종이나 성별, 출신 배경 등에 따른 차별을 철저히 배제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능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계급인 ‘재능 귀족’을 탄생시켰다. 흑인이지만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주류 사회에 편입해 대통령까지 지낸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재능 귀족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그들의 노력과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엄청난 보상과 특권을 거머쥔 이들이 자신이 타고 온 사다리는 걷어치운 채 가족과 동료들에게만 내려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1979∼2007년 미국의 총소득 증가분의 88%가 상위 1%에게 돌아갔다는 경제학자 이매뉴얼 사에즈의 연구결과 등은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책에선 대안으로 결과의 평등에도 신경 써야 한다며 사회보장제도 강화 등을 거론한다. 능력 있는 인사들의 몰락 소식을 자주 접하는 현재의 우리 사회가 참고할 만한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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