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세 무민은 ‘휘게 스타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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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꼬마들의 벗 ‘무민’ 한국 나들이… ‘무민 캐릭터스’ 대표가 말하는 인기 비결

하얗고 포동포동한 무민을 어린아이들은 하마로 철석같이 믿는다. 그런데 어쩌나. 무민은 하마가 아니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괴물 ‘트롤’이다.

무민 캐릭터스 제공
무민 캐릭터스 제공
핀란드에서 1945년에 태어난, 올해로 72세인 무민(그림)이 한국을 찾아왔다. 9월 2일∼11월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핀란드 독립 100주년 기념-무민 원화전’을 통해서다. 350점의 오리지널 드로잉과 사진, 책 등이 전시된다.

무민은 토베 얀손 여사(1914∼2001)가 ‘무민 가족과 대홍수’라는 시리즈를 펴내면서 세상에 태어났다. 얀손은 디자이너 어머니와 조각가 아버지 사이에서 자라나 14세 때 처음 잡지에 만화를 게재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한 뒤 제2차 세계대전 무렵에 무민을 탄생시켰다. 전쟁의 공포와 우울을 떨쳐내려면 평화와 유머가 필요했다. 무민의 인기로 세계적 작가가 된 그는 핀란드 최고 예술훈장과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받았다.

토베 얀손은 어린 조카에게 트롤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무민 캐릭터를 창조해 나갔다. 그 조카가 현재 핀란드 ‘무민 캐릭터스’ 회사를 이끌고 있는 소피아 얀손 대표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55)다. 그는 1997년부터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앞두고 최근 그와 이메일 인터뷰했다.


소피아 얀손 대표
소피아 얀손 대표
―무민이 하마인지 알았다.

“아니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트롤이다. 부엌 싱크대 뒤에 사는 트롤 이야기가 고모의 머릿속에서 진화해 무민으로 거듭났다.”

―당신이 기억하는 고모 토베 얀손은 어떤 모습인가.


“핀란드 군도에서 배를 타고 수영하며 탐험하는 걸 즐겼다. 마치 무민처럼.”

―토베 얀손의 집에는 아름다운 북유럽 의자와 조명이 있었을 것 같다.

“고모는 물질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고모가 주로 수집한 건 조개, 돌, 배 모형과 같은 것들이다. 가구나 조명 브랜드에 특별한 흥미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고모만의 미적 감각이 있었다.”

―아, 소박한 삶에서 여유를 찾는 북유럽 ‘휘게 라이프(Hygge Life)’!

“그렇다. 무민은 북유럽 골짜기에서 자연과 가까운 매우 심플한 라이프를 살잖나. 고모가 딱 그랬다. 삶의 작은 것들로부터 즐거움을 얻고, 그걸 소중하게 여겼으니까.”

―무민은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무민 마마’처럼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자랐다.”

무민 캐릭터 중 하나인 무민 마마는 늘 앞치마를 두르고 가족이 필요로 하는 걸 가방 속에 들고 다닌다. 맛있는 요리를 하고 집 주변을 꽃으로 꾸민다. 토베 얀손과 소피아의 아버지인 라스 얀손이 1950년에 설립한 무민 캐릭터스는 세계적으로 600여 개의 라이선스를 갖고 침구 가구 조명 문구 등 ‘무민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올해 6월엔 핀란드 탐페레에 ‘무민 박물관’이 개관했다. 토베 얀손이 과거 탐페레 박물관에 기증했던 2000여 점의 무민 작품들이 전시됐다. 2019년엔 일본에 무민 테마파크가 지어질 예정이다.

―왜 이 시대에 무민이 사랑받는 걸까. 무민이 우리에게 주는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제와 위기를 극복해 내는 평화주의 시각이 무민의 매력이다. 무민은 우정 믿음 자연 관용도 가르쳐 준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무민#휘게 스타일#토베 얀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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