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 주간행사로 확대 개편했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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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문화가 있는 주간’ 첫주 점검

27일 목요일 저녁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한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 티켓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7일 목요일 저녁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한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 티켓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7일 저녁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소극장 앞. 비 오는 궂은 날씨에도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을 보기 위해 관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문화가 있는 날’이 확대돼 목요일인 이날에도 30%의 티켓 할인 행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티켓 창구에는 별도의 안내문이 없었다. 관객 한샘 씨(34·여)는 “문화가 있는 날이 1주일 전체로 확대된 줄 몰랐다”며 “제휴 통신사 혜택으로 이미 50%의 할인을 받았기 때문에 ‘문화가 있는 날’이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서울 성동구의 한 도서관에선 ‘그림책 보는 전시회’가 열렸다. 그러나 시민들이 자주 찾는 열람실이나 로비가 아닌 직원들만 이용하는 사무실 앞 복도에서만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시민 관람객은 한 명도 없었다.

지난주부터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만 시행됐던 ‘문화가 있는 날’이 마지막 주 전체로 확대됐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라고 무조건 폐지하지 않겠다. ‘문화가 있는 날’처럼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은 오히려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보 취재팀이 현장을 점검한 결과 기간만 늘어났을 뿐 준비와 홍보 부족으로 여전히 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특정 요일(수요일)과 평일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이번 달 열린 행사 2425개 중 주말에 진행된 경우는 전체 프로그램의 1.5%인 38개에 불과했다. 연극평론가인 김미도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공연, 전시, 영화 등 장르마다 제작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주말까지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정작 시민들이 즐길 만한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문제도 노출됐다. 영화 티켓 할인, 전시회 무료 입장 등에 집중돼 있어 예매율 최상위권에 속하는 인기 연극이나 뮤지컬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규모가 영세한 뮤지컬·연극업계는 수요일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에도 버거운 지경”이라며 “정부 등에서 눈치를 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여했을 뿐 확대할 방침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올해 문화가 있는 날 예산은 162억 원. 수요일 하루에서 일주일로 행사 기간이 확대됐지만 추가적인 재원 마련은 아직 없다. 문체부 관계자는 “내년부턴 예산을 확대하고 주무 부처를 생활문화진흥원으로 옮겨 전문성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홍보 지원을 제외하곤 추가적인 재원 대책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뮤지컬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캠페인 성격이 짙은 현재와 같은 정책보단 ‘문화예술비 소득공제’처럼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문화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김민 기자
#문화가 있는 날#박근혜 정부 정책#문화예술비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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