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후회 되풀이하는 이유? 뇌의 학습 본능 때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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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탄생/이대열 지음/320쪽·1만8000원/바다출판사

저자 이대열 예일대 교수. ‘의사결정의 뇌과학’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냈다. 바다출판사 제공
저자 이대열 예일대 교수. ‘의사결정의 뇌과학’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냈다. 바다출판사 제공
지능은 뭘까? 지능지수(IQ)로 측정될 수 있는 것일까? 책은 생명에서 지능은 왜 생겨났고, 어떻게 진화했나, 학습이란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답한다.

저자는 지능을 ‘다양한 환경에서 복잡한 의사결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지능은 생명체가 자기 보존과 복제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다.

지구상에 등장한 최초의 동물의 신경계는 천연 스펀지로 이용되기도 하는 해면동물과 유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해면동물은 근육세포나 신경세포가 없었다. 현존 동물 중 가장 단순한 신경계는 해파리에서 볼 수 있다. 신경세포가 신체의 여러 부위에 분산된 상태에서 주위의 근육세포를 제어한다. 척추동물은 신경세포가 등 쪽에 집중돼 끈의 모습을 하게 되고 점차 머리에 집중돼 뇌를 형성하면서 생겨났다. 이는 머리에 집중된 감각기관에서 보내오는 정보를 가까운 곳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체의 주인은 무엇일까? 보통 ‘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유전자다. 뇌는 유전자의 안전을 지키고 복제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임무를 부여받은 생물학적 기계다. 일종의 대리인에 불과한 셈이다. 유전자는 뇌에게 특정한 자극에 대해 동일한 행동을 일으키는 대신 뇌 스스로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적절한 행동을 선택할 권한을 부여한다. 뇌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는 학습을 해야 한다.

책은 뇌의 다양한 학습을 소개한다. 뇌는 당장 생리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도 환경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지식이라면 학습을 한다. 언젠가는 유전자의 자기 복제에 공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기심’의 탄생이다.

‘후회’와 ‘실망’ 모두 뇌의 학습의 일환이지만 서로 다르다. 실망은 행동으로 얻게 된 결과가 과거에 같은 행동에서 얻었던 결과보다 나빴을 때 생긴다. 반면 후회는 특정한 행동에서 얻은 보상이 다른 행동에서 얻을 수 있었던 가상의 보상보다 작을 경우 생긴다. 인간이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후회를 되풀이하는 건 뇌가 학습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지진이나 홍수 같은 자연현상의 배후에 ‘천벌’과 같은 인간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 모든 것을 의인화하려는 경향이 있는, 지극히 사회적인 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고도화된 뇌’로 보는 건 편협한 시각이다. 인공지능은 뇌처럼 생명을 보존하거나 복제하려는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완전히 대체하는 일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사회적 지능’이나 ‘메타인지’(인지 과정에 대해 생각하는 것)처럼 뇌와 유사한 기능도 미래에는 인공지능의 한 부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기계가 스스로를 복제하는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는 근본적인 제한이 필요하다.

저자는 미국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로 30년 이상 신경과학을 연구하며 국제적인 저널에 9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수십 년 전부터 최신의 것까지 과학자들의 실험과 연구를 소개하며 지능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유도한다. 흥미 위주로 쓰이지 않았는데도 흥미로운, 무게감 있는 책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지능의 탄생#이대열#지능#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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