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독서가의 추억이 깃든 종로서적, 14년 만에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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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로의 명물, 독서가의 추억이 깃든
종로서적…14년 만에 부활

#.2
1981년 봄 서울
종로서적 20명 공채 사원모집에 500여 명이 몰렸습니다.
당시 고졸 여사원 경쟁률은 100 대 1.
당시 종로서적 주변에는 양우당, 동화서적 등
쟁쟁한 대형서점들이 이웃해 있었고
민음사를 비롯한 주요 출판사들도 그 주위를
빼곡히 둘러싸고 있었죠.

1990년대까지 종로는 그야말로 출판 산업의 메카였습니다.

#.3
1907년 개업부터 95년간
출판계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해온 종로서적은
2002년 교보문고 등 2세대 대형서점의 등장과 출판업계의 변화에
문을 닫고 말았는데요.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로서적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4
그런데 종로의 명물이었던 그 종로서적이
이번달 23일에 종로구 종로타워 지하에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기존 종로서적과 규모나 비중 면에서 같진 않겠지만,
그곳이 지녔던 역사·문화적 의미를 구현하는 데 의미를 두고 싶어요. 많은 책보다 많은 (책과 사람의) 만남을 제공하는
장소가 되고 싶어요. 옛날 종로서적이 그랬듯이."
- 서분도 대표(53)

#.5
출판인들의 감회는 새로습니다.
종로서적의 부활을 두고 "누구나 바라고
누군가는 해야 했던 일"이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사실 폐업 직후부터 출판계 곳곳에서
종로서적의 재건을 주창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었죠.

#.6
종로서적을 부활시킨 서분도 대표는
한국고전번역연구원의 전신인 민족문화추진회의 초대 간부였던
부친 고(故) 서인환 씨를 이은 '출판인 2세'입니다.

올해 7월 출판계 원로들이 '종로서적 재창건을
위한 발기인 모임'을 발족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사를 스크랩하며 부활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죠.

#.7
8월 서 대표는
종로타워 지하 옛 반디앤루니스 자리를 의미 있게 쓰기 위한
아이디어를 구한다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곧바로 발기인 모임에 연락해
이런 제안 메일이 왔으니 제가
그 자리에 종로서적을 되살려 보겠다고 손을 들었어요.
가족도 응원했고, 아들 둘은 지금 매장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어요."
-서분도 대표

#.8
교보문고와 함께 대형서점 양대 산맥을 이루는
영풍문고의 임원까지 지낸 서 대표가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올 때
만류하는 주변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는 끝내 의지를 꺾지 않았죠.

"주변 걱정요? 그거 두려웠으면 나오지도 않았어요."
-서분도 대표

#.9
부활이 결정되고 서 대표가 직원 공고를 냈을 때
대형서점에 근무하던 부부, 방송작가에 시인까지
지난 향수를 간직한 채 열정만으로 종로서적에
이력서를 낸 지원자들이 줄을 섰다고 합니다.

#.10
서 대표는 앞으로 종로서적이 예전만큼 크진 않겠지만
특색 있는 독서의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전합니다.

"대한민국 대형서점 발전의 출발점이 된 종로서적이
뒤이어 나온 대형서점으로 인해 폐업한 건 역설적이죠.
영세 서점들이 위기를 겪는 지금,
이번엔 종로서적이 영세 서점들의 희망이 되는
역설을 구현하고 싶습니다."

원본 | 이미지 기자
기획·제작 | 김재형 기자 · 이고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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