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선 보이나 봐, 그 아름다운 인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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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거나 상대방의 이름을 묻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름을 묻는 것으로부터 관계가 출발한다고 생각한다”며 ‘너의 이름은’이란 제목을 지은 배경을 설명했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거나 상대방의 이름을 묻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름을 묻는 것으로부터 관계가 출발한다고 생각한다”며 ‘너의 이름은’이란 제목을 지은 배경을 설명했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폭우가 내린 뒤 선명하게 빛나는 풍경 같은 영화”, “관객에게 경이로움과 눈물을 선사하는 걸작”….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로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너의 이름은’에 쏟아진 세계 언론의 찬사다. 영화에 따라붙는 숫자부터 화려하다. 일본에선 개봉하자마자 12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관객 1570만 명을 동원했다. 중국, 홍콩, 태국, 대만에서도 개봉해 역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가 다음 달 5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실사보다 정교한, 판타지보다 신비한

 어느 날, 시골마을 여고생 미쓰하는 꿈을 꾼다. 지루한 일상에 ‘다음 생엔 도쿄의 꽃미남으로 태어나게 해 달라’고 빌던 그가 정말 도쿄의 남학생이 된 것. 그 시간, 도쿄에 사는 남자 고등학생 다키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산골 마을의 여고생이 되는 신기한 꿈을 꾼다.

 꿈인 줄 알았지만, 생시였다. 둘은 일주일에 2∼3일은 서로 몸이 뒤바뀐 채 꿈에서 깬다는 걸 깨닫는다. 처음엔 당황하던 그들은 곧 다른 성과 공간을 즐기며 서로를 절실히 찾게 된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인 듯,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인 듯 신비로운 줄거리다. 1200년 만에 일본으로 다가오는 혜성과 여주인공인 미쓰하네 가족이 대를 이어 지켜온 신사(神社)의 오랜 의식 같은 소재가 더해져 장면마다 호기심을 돋운다. 특히 영화의 중요한 소재인 ‘매듭 끈’에 대한 할머니의 가르침을 통해 ‘인연’의 의미를 곱씹게 한다.

 사실 감독이 밝힌 영화의 제작 동기부터가 어쩐지 오묘하다.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모르는 장소에서 살고 있고, 어쩌면 그 두 사람은 만날지도 모르는 존재다.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서로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애니메이션 장인들의 만남

 2002년 25분짜리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로 혜성처럼 데뷔한 신카이 감독은 ‘초속 5센티미터’(2007년), ‘언어의 정원’(2013년)에 이어 또 한 번 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을 서정적으로 다룬다. ‘빛의 마술사’ ‘디지털 시대의 영상문학가’ 등 그를 정의하는 온갖 찬사가 쏟아져 만족할 법도 하건만, 감독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단 1분도 지루하지 않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뒤 이번 작품을 선보였다.

 영화가 ‘꿈인 듯 현실인 듯’ 몽롱한 느낌을 주는 데는 사진처럼 사실적이면서도 묘하게 아름다운 색채가 입혀진 영상미 덕이 크다. 고요한 마을 앞 호수와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지갯빛 혜성…. 미야자키 감독의 ‘원령공주’(1997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년)에서 작화감독을 맡았던 안도 마사시가 작화감독을 맡아 영화 전반에 섬세하면서도 서정적인 감성이 흐르게 한다.

 감독의 ‘작심’대로 영화는 두 남녀의 풋풋하고 발랄한 이야기로 시작해 ‘혜성 추락’이라는 동일본 대지진을 연상시키는 듯한 스토리로 확장되며 관객을 영화 속으로 끌어당긴다. 다만 106분 내내 따뜻하고 잔잔한 전개가 이어지다보니 러닝타임이 다소 길게 느껴지기는 한다. 감독은 자꾸 영화 속으로 들어오라는데, 한발 멀리 서서 아름다운 장면만 감상하게 된다. ★★★☆(★ 5개 만점)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너의 이름은#신카이 마코토#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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