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이기적 유전자’ 출간 40주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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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과학서적은 아이작 뉴턴의 ‘프린키피아’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프린키피아’의 1687년 첫 번째 유럽판이 370만 달러(약 44억 원)에 낙찰됐다. 제임스 2세에게 헌정된 영국판이 2013년 250만 달러(약 30억 원)에 낙찰돼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이번에 다시 최고가를 경신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설명한 이 책은 1859년 나온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과 함께 서적으로 출간된 가장 중요한 과학적 성과로 꼽힌다.

 ▷미국에서 칼 세이건의 ‘에덴의 용’이 1978년 논픽션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과학책으로는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이어서 화제가 됐다. 이듬해인 1979년 최재천 교수의 스승인 에드워드 윌슨의 ‘인간 본성에 대하여’가 과학책으로 연달아 논픽션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세이건은 다시 이듬해인 1980년 ‘코스모스’라는 TV 프로그램을 13부작으로 제작하고 이를 책으로 출간했다.

 ▷대중적 과학의 시대는 사실 영국에서 먼저 열렸다. 리처드 도킨스는 1976년 ‘코스모스’에 필적하는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이기적 유전자’를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의 이타적인 행위조차도 이기적 유전자가 자연선택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온다는 ‘냉혹한’ 설명을 한다. 나는 유럽특파원으로 있을 때 2010년 신년 인터뷰를 위해 그와 국제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기회를 얻지 못한 게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 도킨스의 자서전 2권이 번역 출간됐다. 영어로는 지난해 완간됐지만 우리로서는 ‘이기적 유전자’ 출간 40주년에 맞춰 나온 셈이다. 화가 엘 그레코의 그림 속 인물이 길쭉한 것은 화가의 시력 이상 때문일까. 도킨스가 교수로 있던 옥스퍼드대에서 학생들의 과학적 추리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거론되는 질문이다. 대답은 ‘아니다’다. 인물을 길쭉하게 보는 시력 이상이 있다면 화가는 그림 속 인물을 오히려 납작하게 그려야 한다. 과학은 학문으로만이 아니라 과학자의 삶을 통해서도 배울 게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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