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날마다 그림을 그린 ‘건축의 거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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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르코르뷔지에’전
회화-조각-건축모형 등 500점 선봬

유채화 ‘수직의 기타’(1920년). 르코르뷔지에는 큐비즘(입체파)의 비합리적 추상에 대항하는 ‘퓨리즘(순수주의)’을 창시했다. 코바나콘텐츠 제공
유채화 ‘수직의 기타’(1920년). 르코르뷔지에는 큐비즘(입체파)의 비합리적 추상에 대항하는 ‘퓨리즘(순수주의)’을 창시했다. 코바나콘텐츠 제공
 현대의 도시에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나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이 다시 세워지길 기대하긴 어렵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여건이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과 정성을 어렵사리 재현한다고 해도 당시의 ‘속도’를 따르기는 아무래도 불가능하다.

 내년 3월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코르뷔지에’전은 하나의 건축, 한 사람의 건축가가 이루어진 속도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전시다.

 스위스 출신의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1887∼1965·사진)의 어린 시절 꿈은 화가였다. 산기슭 마을 시계기술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산 곳곳의 동식물을 그리는 데 긴 시간을 보내며 성장했다. 78세 때 의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바다로 헤엄쳐 들어갔다가 심장발작으로 사망하기 한 달 전, 그는 “평생 날마다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형태의 비밀을 찾기 위한 데생과 회화 작업을 한시도 멈춘 적이 없다. 건축 작업과 연구의 열쇠를 다른 방법으로는 찾을 수 없었다.”

 드로잉, 회화, 조각 등 500여 점의 작품은 르코르뷔지에의 그림 작업이 자신의 욕망 또는 사상을 표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눈앞에 마주한 대상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한 최선의 도구로 쓰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저서 ‘건축을 향하여’에서 그는 “인간의 눈은 빛 속에서 형태를 인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썼다.

 시계장식미술학교에 다니던 10대 후반 때 그린 자연물 수채화, 스무 살 때 떠난 유럽 여행 중에 그린 이탈리아 시에나 성당 외부와 피렌체 오르산미켈레 성당 내부 수채화 등을 통해 그의 지향점이 늘 묘사보다 분석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묘사를 얼버무렸다기보다는 그 너머의 가치를 훌쩍 넘겨다본 흔적이 또렷하다.

 르코르뷔지에는 파르테논에 대해 “모든 요소가 정확하게 진술된 건물이다. 모서리 마감은 빈틈없이 견고하며 기둥머리의 고리 모양 테, 원기둥 상부 장식판, 처마도리의 띠 사이에 명확한 관계가 설정돼 있다”고 평했다. “장식에 대한 존중으로 인해 썩어가는 사회”를 경멸했던 그를 소개하는 전시치고는 복잡한 장식이 과하다. 전시 관람에 그치지 않고 그의 저서를 꼭 챙겨 읽길 권한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르코르뷔지에 전#한가람디자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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