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의 자유 외친, 그의 詩는 노래를 통해 읽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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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에 美 가수 밥 딜런]‘음유시인…’ 저자 손광수씨 기고

 밥 딜런은 기성문화에 도전하는 젊은 세대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에 시를 주입한 음유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와 친구 사이였던 비트 세대의 대표 시인 앨런 긴즈버그는 딜런이야말로 1950년대 비트 시인들이 염원했던 시와 노래의 결합을 완성했다고 칭찬했다. 결정적으로 그는 1997년 미국 버지니아대 영문과 교수 고든 볼에게 밥 딜런을 노벨 문학상 후보로 추천할 것을 권했다.

 딜런은 노벨 문학상 후보로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려왔다. 그의 수상 가능성을 몽상에 가까운 일로 치부하는 이들이 많았다. 과연 대중 가수에게 권위 있는 노벨상을 수여할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그의 가사가 시적이더라도 정말 훌륭한 시인지에 대한 회의에 이르기까지…. 딜런의 노벨 문학상 후보 논란은 계속됐지만 마침내 그는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딜런의 노래를 시로 본다면 이는 기존의 시와는 다르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 스스로도 사실 시인이라는 호칭을 거부한다. 그는 전통적인 시의 개념, 즉 지면 매체에 국한된 시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즉, 가사는 그의 목소리 그리고 음악 사운드와 결코 떨어질 수 없다. 그의 시는 목소리 가창을 통해서 표현되고, 이 목소리가 고요한 포크의 기타 선율이나 질주하는 로큰롤 사운드의 소음과 만나면서 실현된다. 결국 밥 딜런의 시는 공연되는 시라는 점에서 기존 문학적 기준으로의 평가를 거부한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의 노래를 시라고 본다면 그 시는 과연 어떤 시일까? 그의 가사 세계를 살펴보면 그 일관성이 드러난다. 이는 그의 예술의 정치성과 실험성을 드러내는 측면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딜런의 가사는 평생 동안 ‘길’에 대한 사유이며 탐구이다. 이 ‘길’은 하나의 은유로서 기성 주류 사회의 가치 질서를 벗어나고 일탈해서 얻는 자유의 공간이며, 또 이 자유를 통해 기성 질서와 맞서는 유동적 흐름이다. 이는 ‘길’이 동시에 딜런의 정신적 가치를 체현하는 상징임을 말해준다.

 딜런을 이해하는 또 다른 열쇠는 그 끝없는 변화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길에서의 끝없는 정체성 변경을 시작했고 고정된 삶과 가치에 대한 거부를 일관되게 추구해 왔다. 예를 들어, 음악적 형식에서 딜런은 그 시대의 유행과 관계없이 자신의 음악 장르를 무모할 정도로 급속하게 포크에서 록으로 가스펠로 또 루트뮤직으로 바꾸어 왔다. 고정된 가치와 느낌의 거부, 끝없이 유동하는 생각과 삶의 추구가 밥 딜런을 설명하는 또 다른 측면이다.
 
손광수 동국대 강사·‘음유시인 밥 딜런’의 저자
#밥딜런#손광수#음유시인 밥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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