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걸린 무령왕릉 졸속 발굴… 씻을 수 없는 잘못”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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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한국 고고학 백년사’ 최근 출간

 “무령왕릉 내부에서 촬영, 실측, 유물 수습에 소요된 시간은 만 하루에도 못 미치는 불과 1박 2일의 철야 작업이었다. 한국 고고학사에 오래도록 남을 씻을 수 없는 잘못을 범하고 말았다.”

 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73)이 최근 출간한 ‘한국 고고학 백년사’(열화당·사진)에 쏟아낸 신랄한 반성문이다. 그는 “무령왕릉 발견은 ‘동아시아의 투탕카멘’으로 불릴 만큼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제대로 발굴했다면 몇 달은 족히 걸릴 작업이었다”고 썼다. 지 이사장은 1971년 무령왕릉, 1973년 천마총, 1988년 창원 다호리 고분 발굴에 모두 참여하고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한국 고고학계의 원로다. 무령왕릉 발굴은 그가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 학예연구사로 고고학계에 막 발을 들여놓던 시기에 이뤄졌다.

 지 이사장은 “1973년 천마총 발굴은 무령왕릉에서 겪었던 시행착오에 대한 반성으로 철저한 사전계획과 함께 수행됐다”고 적었다. 국가예산이 투입돼 문화재관리국 중심의 발굴단이 조직됐으며 경주와 부여, 공주 등 고도(古都)에서 유적을 집중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1880년 일본 학계의 광개토대왕비 조사부터 1980년대 경제개발에 따른 발굴 규모 대형화까지 고고학 100년사를 폭넓게 다뤘다. 특히 책 말미에 4대강 사업에 따른 발굴기관 급증으로 발굴이 부실화된 현상을 비판했다. 지 이사장은 발굴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구제 발굴(건설공사로 파괴될 위험이 있는 유적의 사전 발굴)의 국영 또는 공영화나 지방자치단체로 부분적인 관리 전환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무령왕릉#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한국 고고학 백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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