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자서평]유토피아에 가까워졌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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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와 함께하는 독자서평]
◇사회주의, 생동하는 유토피아/지그문트 바우만 지음·윤태준 옮김/284쪽·1만6000원·오월의봄

※지난 일주일 동안 362편의 독자 서평이 투고됐습니다. 이 중 한 편을 선정해 싣습니다.

‘식량의 종말’ ‘석유의 종말’을 쓴 저널리스트 폴 로버츠는 ‘근시 사회’에서 효율성 담론에 사로잡혀 소진되는 현 세태를 분석하면서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충동 인류의 미래’라는 부제를 달았다. 40여 년 전 지그문트 바우만은 1970년대임에도 지금과 다르지 않은 비슷한 내용의 담론을 제시하면서 이 책을 썼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유토피아로 신성시되는, 동시에 마법처럼 허황되고, 실재할 수 없는 허공에 뜬소리로 여겨지는 사회주의에 대한 사상사를 정리하고, 해결책을 구상하면서 많은 이들의 협력과 참여를 촉구했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예리한 지성으로 명확하게 사회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사회 문제가 한층 심화됐다는 것이 안타깝다. 오늘날 이 사회가 부추긴 욕망의 늪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와 그에 얽매인 경제 구조는 불안을 낳는다. 개인의 정보를 수집하고 조작하는 감시 사회, 지나친 성장 중심적 담론에서 파생된 신경증적인 질병의 집단적 발병 등은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의식 개선과 교육구조의 본질적 변화에 대해 피상적인 제스처만 취할 뿐 구체적 담론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은 점점 더 흐려지는 상황이다. 현실에 대한 불만이 쌓여 가면서도 그 돌파구를 사회가 아닌 개인에게 돌리는 소모전으로 바뀌었다. 개인에게는 그런 책임을 질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을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피해자가 만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이지 않는 희망을 바라는 일이 가능할까. 이 물음에 어떻게 답을 해야 할까?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채 작동하는 것처럼 보여도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대로 “그 너머, 그 이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신자유주의의 무한한 생산성 추구와 효율성 극대에 사로잡힌 사고방식을 바로잡고, 허황된 유토피아적 개념이 아닌 미래를 지향하는 사회에 대한 큰 그림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박주현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사회주의 생동하는 유토피아#지그문트 바우만#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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