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공연 중에 누가 기침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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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연장과 기침의 심리학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조성진이 기침도 막았다.”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조성진의 서울시립교향악단 협연을 본 팬들은 인터넷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관객들이 연주에 몰입하느라 모처럼 연주 중 기침을 하지 않았다는 글들을 올렸다.

알다시피 기침은 생리현상이다. 김민수 내과 전문의는 “기침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사작용이다. 공연장처럼 폐쇄된 공간에 사람이 많으면 공기의 질이 떨어지고, 에어컨의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이 기침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생리현상이지만 공연 중 기침 소리는 고약한 ‘방해꾼’이다. 연주에 빠져 들려고 할 때 옆자리의 기침 소리만큼 얄미운 것도 없다. 연주자에게도 마찬가지다. 2014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영국에서 열린 공연 도중 한 아이가 기침을 하자 그 아이의 부모에게 “아이가 더 큰 뒤에 데려오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연주 중간의 기침보다 더욱 분위기를 흐리는 것은 악장 사이에 내뱉는 ‘기침 릴레이’ 또는 ‘기침 합창’이다. 악장 사이의 침묵은 악곡을 분리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악장이 끝나자마자 관객들은 ‘해방’된 것처럼 일제히 크게 기침을 내뱉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유독 국내가 심한 편이다. 한 공연기획자는 “외국에 비해 유난스럽다. 좀 과장되게 기침을 한다고 할까. 그렇게 하다 보면 연주자들도 연주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관객들도 악장 사이의 기침 합창을 반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무심코 그 잠깐의 해방감에 동참해 본 적이 있다는 관객도 적지 않다. 충남대 심리학과 전우영 교수는 이를 두고 ‘모방’과 ‘속박’에 따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기침을 하고 싶더라도 참아야 한다는 암묵적 규범에 동참한다. 이때 한 명이라도 기침을 한다면 ‘나도 해도 되겠구나’라며 무의식적으로 기침을 한다”며 “조용하고 몸이 속박된 곳에서 완전히 공연에 몰입하는 사람 외에는 자기 내부에 일어나는 변화에 민감하다. 평소에 참을 수 있는 기침에도 몸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고 말했다.

공연장에서는 기침을 예방하기 위해 생수 지참을 권한다. 예술의전당은 공연장 앞에 기침 방지용 캔디를 서비스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측은 “700개가 들어가는 대형 캔디 60봉지, 4만여 개의 캔디를 비치하는데 찾는 관객이 많아 거의 소진된다”고 말했다.

연주자들은 관객보다 더욱 자신의 기침에 민감하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연주자들은 공연 전 기침을 가라앉히는 약을 먹는다. 그래도 안 될 때가 있다. 어떤 지휘자는 지휘 도중 기침이 나오려고 하자 힘들게 참다가 큰 타악기 소리가 나올 때 기침을 한 적도 있다. 연주인의 기침은 연주에 치명타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기침과 관련해 말이 많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기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침? 어쩔 수 없잖아요. 그것도 연주의 일부죠.”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조성진#기침#생리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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