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음악상담실]삶은 늘 새로운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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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이는 늘 혼자입니다. 아빠 엄마는 일하러 나가시고, 누나들도 학교에서 늦게 돌아옵니다. 함께 놀던 친구들이 다 엄마들의 고함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겨지면 아이는 아빠에게 전화를 합니다. 택시를 운전하시는 아빠는 늘 “아들, 심심해? 아빠가 과자 사갈게. 지금 어디냐고? 양화대교!”라고 말합니다.

엄마에게 “100원만” 하면 돈 대신 잔소리만 잔뜩 돌아오는데, 아버지는 씩 웃으시면서 당신의 외투 주머니를 가리킵니다. 거기에는 별사탕, 라면땅 같은 과자들이 들어 있죠. 아버지는 말씀하십니다. “여보, 즐겁게 살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않고, 좀 힘들어도 이렇게 함께 있을 수 있는 게 축복 아니야?” 어머니는 돌아보지도 않고 뭐라 투덜거리십니다.

이 노래에는 삶의 피로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그 피로는 따뜻한 피로입니다. 잘난 것 없는 보통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느끼는 가족애의 피로죠.

2절에서는 그 삶의 짐을 아들이 기꺼이 이어받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자신 있게 어깨 위에 턱 하고 올려놓았는데, “우와, 이거 정말 만만치 않구나∼!?” 하고 깜짝 놀라는 아들의 모습이죠. 물론 겉으로는 “걱정 붙들어 매세요!” 하며 부모를 안심시키죠. 그리고 예전의 아버지가 그러셨듯이, “우리 즐겁게 살아요. 아프지 않고, 좀 힘들어도 이렇게 함께 있을 수 있는 게 축복 아닙니까?” 하고 어머니를 위로하죠.

여기서 니체가 떠오릅니다. 니체는 삶을 ‘영원한 순환’이라고 했죠. 우리의 삶은 결국 거기서 거기인 나날의 반복이기에 권태롭고 고통스럽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무의미와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초인이 되자고 하죠. 삶이 똑같은 일상의 영원한 반복임을 수긍하고, 전번보다 이번에는 조금 더 잘해 보려고 “좋아, 한 번 더!”라고 외치자는 것이죠. 스스로 사랑할 수 있는 운명을 만들자는 것이죠. 정해진 규칙과 의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낙타가 아니라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사자처럼, 호기심과 열정으로 놀이에 푹 빠진 어린아이처럼, ‘자유의지’에서 비롯된 자유롭고 창조적인 삶을 살자는 것입니다.

그런 도전과 창조를 함께 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그들과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함께 즐겁게 엇비슷하지만 좀 더 나아진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것입니다. 자라투스트라가 뭔 말을 했는지 몰라도, 이리저리 따져보면 갈 길은 빤합니다. 사람들은 니체가 윤리를 거부했다고 오해하지만 사실 니체는 더 성숙한 윤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혹은 평등해지기 위한 규칙의 준수가 아니라, 좀 더 나은 자신과 세상을 위한 자발적인 노력을 하자는 것이니까요.

자이언티의 ‘양화대교’처럼, 각자의 삶의 무게와 피로를 확인하는 장소가 있을 겁니다. 그 장소를 지나며 자신과 비슷한 행보를 하셨던 부모님이 이런 기분이셨겠구나, 하고 확인하고 계시겠죠? 저도 그러합니다. 정말 잘할 줄 알았는데, 늘 비틀거립니다. 하지만 다시 시작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우리의 아이들도 그러하겠죠? 그때가 와도, 아프지 않고 함께 감사하며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으라차차, 파이팅입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이언티#양화대교#니체#영원한 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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