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父 한승원,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딸 자랑 “진작 나를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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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17일 0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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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돈 줄 테니까 한턱 낼 사람들한테 다 내라고 하네요.”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아버지이자 한국 문단의 거장인 소설가 한승원이 17일 웃으며 말했다.

한승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와 인터뷰에서 한강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이 같이 말하며 “내가 인색하게 살았는데 이젠 좀 내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딸이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승원은 “한강이 영국에 갈 때 ‘마음 비우고 떠나니 아버지도 마음 비우고 계세요’라고 하더라. 우리 부부도 그랬다. 여기저기 그냥 축하 전화가 와서 (수상소식을)알게 됐다”고 말했다.

딸에게 최고의 영예를 안겨 준 ‘채식주의자’를 읽은 아버지는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 한승원은 “(딸이)새로운 어떤 신화적인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는 생각에 매우 기쁘다. 새로운 세계에서 나는 상상할 수도 없는 감성이고 그렇다. 감히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고 칭찬했다.

이어 “딸이 진작 나를 뛰어넘었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나를 뛰어넘었다는 것이 가장 큰 효도인 것 같다”고 스스럼없이 딸을 자랑했다.

한강의 어린 시절에 대해 묻자 한승원은 “내가 소설가니까 유복한 환경에서 키우지는 못했다. 그런데 집에 이런 책, 저런 책이 널려 있으니 딸이 책을 많이 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한승원은 특히 아내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소설가나 시인의 아들, 딸들은 머리를 영리하게 타고났는데 그러면 그것을 문학하는데 쏟을 게 아니라 법가로 가라고 하거나 의사가 되라고 한다. 그렇게 교통정리를 하는데 아내는 그런 것을 전혀 안 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우리 큰 아들도 소설가고 딸 강이도 소설가다. 막내 아들도 서울 예대 문창과를 졸업했다. 아내는 자식을 기를 때 하고자 하는 것을 하며 살라고 했다. 자유분방하게 놔주는 쪽이었다. 오늘 우리 딸의 결과도 아내가 가져온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맨부커상은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다. 맨부커상선정위원회는 16일(현지시각) 밤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은 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추사’, ‘다산의 삶’, ‘물에 잠긴 아버지’ 등을 펴낸 한국문학의 거장이다. 한승원과 한강 모두 국내 최고 소설문학상인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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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Gettyimage/이매진스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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