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질라” 30도 경사진 무대에 선 출연자들 ‘덜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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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초연 오페라 ‘루살카’ 연습 현장
체코판 ‘인어공주’ 우리 손으로 제작… 친숙하면서도 심오한 메시지 담아

무대복이 아닌 일상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 출연진의 모습이 신기해 보인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루살카’의 연습 모습.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무대복이 아닌 일상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 출연진의 모습이 신기해 보인다.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루살카’의 연습 모습.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막이 끝났다. 커튼이 내려오지는 않았다. 다만 2막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세트를 해체하고 옮기는 스태프가 오갈 뿐이었다. 스태프의 손놀림은 더뎌 보였다. 어떻게 세트를 해체하는지, 어디로 옮기는지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이 무대는 공연을 앞둔 연습 무대이기 때문이다.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28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루살카’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날 처음으로 성악가, 무용수 등 출연진이 모두 직접 무대에 올라 자신의 동선을 체크하고 세트를 점검했다.

루살카는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의 작품으로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해외에서는 자주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지만 국내에서는 성적 묘사 등이 담겨 있어 공연된 적이 없었다. 관람도 중학생 이상 가능하다. 루살카는 체코판 ‘인어공주’로 독일 작가 푸케의 소설 ‘운디네’를 토대로 신비로운 물의 요정 루살카의 치명적인 사랑을 담은 작품이다. 체코어 발음 코치를 제외한 모든 스태프가 한국인으로 구성됐다.

“경사가 있으니 조심하세요.” 출연진이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 있던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 외쳤다. 무대와 세트는 객석을 향해 30도 정도 앞으로 기울어져 있다. 출연진도 이런 무대가 익숙하지 않은 듯 중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김 감독은 다시 한 번 외쳤다. “가장 유의할 점은 ‘안전’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대에 오르는 인원은 많아졌다. 스태프, 연기자, 성악가, 무용수 등 80여 명이 무대에 한데 섞여 분주하게 자신의 역할에 집중했다. 노래 연습을 하는 성악가, 춤을 추는 무용수, 자신의 연기에 집중하는 연기자, 출연자에게 지시하는 연출팀 등 정신없어 보였지만 정교한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움직였다. 처음으로 무대에서 동작을 맞추다 보니 같은 장면만 20분 정도 반복되기도 했다. 이날 동선 체크는 오후 10시가 되어서야 끝날 수 있었다. 오페라단 관계자는 “정신없어 보이지만 막상 공연 전날에는 완벽하게 준비되는 상황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대중성과 예술성이 함께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루살카를 선택했다. 인어공주라는 소재는 안데르센 동화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이 작품의 내용과 음악은 굉장히 심오하다”고 소개했다. 28일∼5월 1일 오후 7시 30분(평일), 오후 3시(주말). 1만∼15만 원. 02-580-3500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루살카#인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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