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세계’ 대표인 김종해 시인, 시집 ‘모두 허공이야’ 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4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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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비로소 보이는구나/ 봄날 하루 허공 속의 문자/ 하르르 하르르 떨어지는 벚꽃을 보면/ 이생의 슬픈 일마저 내 가슴에서 떠나는구나’(‘모두 허공이야’에서)

시인이자 ‘문학세계’ 대표인 김종해 씨(75)가 새 시집 ‘모두 허공이야’(북레시피)를 펴냈다. 1963년 등단했으니 그의 시력(詩歷)은 50년이 넘는다. 11번째 시집. 시력에 비해 다작은 아니다. “치열하게 시를 썼으면 좋았을 텐데…시인으로 죄송스런 마음”이라고 김 씨는 낮춰 말하지만, 문학에 대해 청결한 성품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3일 만난 김 시인은 “사랑했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멀어지면서 느끼는 슬픔을 담았다”고 밝혔다.
“최하림 조태일 임영조… 지금은 여기에 없는 시인들이 꿈에 나타난다. 꿈에서 함께 술잔을 나눈다. 잠에서 깨어도 여전히 술에 취해 있는 기분이다.”

그렇게 꿈에서도 취하게 하는 문우 가운데는 2년 전 세상을 떠난 아우 김종철 시인도 있다. 시집의 2부 ‘잘 가라, 아우’에는 김종철 시인을 향한 그리움을 묶었다. 그는 “지난해 어느 날 아우를 만나보러 갔던 기억이 난다”며 “회사에서 걸어 나와 아우의 유해가 있는 절두산까지 갔다”고 회상했다. 당시의 소회가 담긴 시가 ‘아우가 이사를 했다’이다. ‘절두산 그곳으로 아우가 이사왔다/ 마포 신수동 문학세계사에서/ 걸어서 30분/ 마침내 아우가 강남에서 강북으로 집을 옮겼다/ 이승을 넘어서 아우가 이사를 했는데/ 걸어서 30분’

형과 동생은 똑같이 시인이자 출판인(동생은 문학수첩 대표)이었다. 형이 2004년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냈고 10년 뒤 아우가 같은 단체의 회장이 됐다. 형제 시인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그린 시들을 모아 ‘어머니, 우리 어머니’라는 시집을 함께 내기도 했다.

“동생이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함께 고향을 찾은 적이 있다. 어렸을 적 동네에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던 벙어리 소녀를 다시 만났다. 할머니가 됐지. 아우가 달려가서 할머니를 애틋하게 안아주더라. 곧 세상 떠날 걸 알았는지…”

시 ‘어버버버, 어버버버!’에도 이때의 경험이 녹아 있다.

“저녁에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떠나보냈던 사람들이 하나하나 찾아온다. 혼자 술잔을 기울일 때도 있지만 친구들을 떠올리면 독작하는 게 아니다. 봄꽃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걸 보면 쓸쓸해지기도 하지만, 그건 잠깐 사라지는 게 아닌가. 소멸해가는 듯해도 기억은 언제나 가까이 있다. 그럴 때면 외롭지 않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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