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에게 도전한 현존 최강 컴퓨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월 29일 05시 45분


3월 서울서 100만달러 걸고 세기의 대국
딥마인드 개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타 바둑프로그램과 대국에서 499승1패

과연 컴퓨터는 인간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뜨릴 것인가.

2500년 전 바둑이 생긴 이래 가장 ‘위험한’ 대국이 열린다. 인류가 만들어낸 현존 최강의 인공지능 컴퓨터와 바둑에 관한 한 세계 최강의 인간 이세돌이 정면대결을 펼친다. 지금까지 인간과 컴퓨터의 바둑대결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지만, 세계 최강급의 프로가 바둑판을 두고 컴퓨터 앞에 앉은 일은 없었다. 이 세기의 대결에는 무려 100만달러(12억원)가 걸렸다.

입신(바둑 9단의 별칭)에게 도전장을 낸 인공지능 컴퓨터의 이름은 ‘알파고(AlphaGo)’. ‘고(碁)’는 일본어로 바둑을 의미한다. 알파고는 영국의 인공지능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2011년 창립한 이 회사는 2014년 구글이 인수했다.

바둑으로 인간을 이기는 것은 인공지능 개발자들의 숙원이었다. 1952년 삼목놓기에 성공한 이후 인공지능 기술력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급기야 1997년에는 IBM이 개발한 슈퍼컴퓨터 딥 블루가 무적의 세계체스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를 꺾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바둑은 여전히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가로와 세로 19줄씩 총 361개의 칸을 지닌 바둑의 경우의 수는 체스보다 10의10제곱이나 많다. 단순한 집계산을 넘어 고수의 감각으로만 느낄 수 있는 ‘두터움’이란 개념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도 인공지능이 풀어야할 숙제였다.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이 급성장한 것은 몬테카를로 방식이 연구되면서부터였다. 체스가 인간을 이길 수 있었던 비밀이 여기에 있었다. 수많은 모의대국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함으로써 컴퓨터를 훈련시키는 것이 몬테카를로 방식이다. 일본의 ‘젠’, 프랑스의 ‘크레이지 스톤’ 등 이 방식을 적용한 프로그램들이 속속 선보이면서 인간을 넘보기 시작했다.

● 프로들 “이세돌 완승할 것” vs 딥마인드 “알파고가 최강”

그렇다면 알파고는 어느 정도 기력일까. 구글 딥마인드에 따르면, 알파고는 다른 바둑프로그램과의 대국에서 승률 99.8%를 기록했다. 500국을 둬 499승1패였다. 심지어 유럽바둑챔피언십 우승자인 프로기사 판후이 2단을 5-0으로 꺾었다. 컴퓨터가 프로기사를 이긴 최초의 사건이었다. 이세돌은 “바둑역사에서 중요한 경기라고 판단해 도전을 받아들였다. 승리할 자신이 있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로기사들 역시 이세돌이 질 것이란 생각은 안 하는 분위기이다.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9단)은 “알파고가 한두 판은 이길 수 있겠지만 모든 대국에서 이세돌을 앞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삼 9단은 한 술 더 떠 “몇 년 뒤라면 몰라도 현재로서는 (이세돌 9단이) 로또당첨이 되었다고 봐야할 듯하다”며 이세돌의 완승을 점쳤다.

반면 딥마인드의 공동 설립자 데미스 헤서비스는 “이세돌은 지난 10년간 위대한 기사였지만 나는 알파고가 어떤 인간보다 뛰어난 플레이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간대표 이세돌과 컴퓨터 대표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은 3월 서울에서 펼쳐진다. 알파고가 이길 경우 100만달러는 전액 자선 기부하고, 이세돌은 자신의 독특한 표현인 ‘질 자신이 없다고 전해라’는 표정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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