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당신이 보는 세상,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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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눈의 여덟 가지 얼굴/마리우스 리멜레 등 지음/문화학연구회 옮김/216쪽·1만5000원·글항아리

한때 방송사로 파견돼 취재기자로 일하면서 궁금한 게 하나 있었다. ‘이미지와 텍스트가 대중에게 어떻게 전달되는가.’ 확실히 사건의 뒷이야기는 1분 30초짜리 방송 리포트로 생생하게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대형 참사 현장은 장문의 글보다 팬(pan·카메라를 고정시킨 상태에서 좌우로 돌려가면서 촬영하는 기법) 영상을 한 번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 책은 시각 이미지가 사회, 문화의 맥락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이용되는지를 보여준다. 시각이 단순히 지각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한 사회의 문화적 스펙트럼에 의해 규정된다는 사실을 그림, 영화, 사진 등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규명한다.

저자는 사람들이 이미지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데 별 거리낌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미지는 텍스트 등 다른 매체에 비해 인위적으로 가공됐다는 느낌을 배제하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이 이미지를 통해 믿는 대상이 실은 외부에서 주어진 산물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대표적인 사례로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중세 회화인 ‘일곱 가지 대죄와 네 가지 종말’을 들고 있다. 이 그림에서 분노와 교만, 음욕, 나태, 탐식, 인색, 금전 탐닉, 질투의 일곱 가지 죄악이 수난의 그리스도를 원을 그리며 둘러싸고 있다. 그림 밑에는 ‘나는 그들에게서 나의 얼굴을 감추고 그들의 끝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저자는 “이 그림에서 그리스도의 시선은 관람객을 종교적으로 규율하는 힘을 지녔다”고 해석한다. 이미지가 사회적 신념이나 관습, 대상, 의례와 직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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