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소설가 금희 씨(본명 김금희·36)는 자신의 글쓰기 작업을 이렇게 밝혔다. 중국 지린(吉林)성의 작은 조선족 마을에서 나고 자란 그다. 조선족 200만 명 중 그를 포함해 조선족 문단에 속한 작가는 어림잡아 100여 명 정도. ‘연변문학’ 등 서너 개 문예지를 통해 활동하고 책을 낸다. 문제는 조선족들 사이에서도 ‘조선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족들도 대부분 조선어가 아니라 중국어를 씁니다. 아홉 살 난 아들도 조선어를 들을 줄은 알지만 잘 하지는 못합니다. 자녀 세대가 성인이 되면 조선어는 거의 잊겠죠. 저는 조선족 작가로 조선어 소설을 쓰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 같습니다.”
지난달 그가 낸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창비)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금희 씨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읽어줄 독자의 폭이 넓어진 것이고, 한국문단에는 외연을 넓혀줄 작가가 더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에 실린 단편들은 일찍이 국내의 평론가들과 작가들 사이에서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독자들에게는 국내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조선족 사람들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탈북 여성이 남한에 정착하기 전 조선족 사회에서 지내는 삶을 다룬 ‘옥화’, 한국에서 일하는 조선족 노동자의 눈을 통해 한국 사람과 조선족, 탈북자들 간의 불신의 악순환을 그리는 ‘노마드’ 등이 그렇다.
“중국에서 교사로 일하다가 2000년대 초반에 돈을 벌고자 서울로 왔습니다. 식당일, 모텔 청소…, 닥치는 대로 했어요.” 조선어의 쇠락을 겪던 그는 뭘 해도 작가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었던 터였다. 그런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치고 고단하니 글을 쓰게 되더라”고 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 사연을 써서 보냈는데 그 내용이 소개됐다. 작가가 돼야 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중국으로 돌아갔고 문예지에 투고한 작품이 실리면서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됐다.
그의 소설에선 중국어와 조선어를 함께 쓰면서 고민하는 사람, 잘 살아보고자 집을 떠나 국경을 넘나들면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 등이 등장한다. 조선족 작가로서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글쓰기를 통해 정체성 문제를 탐색하고 있다는 그는 “성장소설, 판타지 소설 등 다양한 소설 쓰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언어의 틀을 넘어서 독자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보편성을 작품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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