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원과 함께 나눈 ‘내 마음의 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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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위원회 멘토링 프로그램, 광주 보호관찰소 청소년들 찾아서

양성원 연세대 음대 교수가 인생나눔교실 참가 학생에게 첼로를 체험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양성원 연세대 음대 교수가 인생나눔교실 참가 학생에게 첼로를 체험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오른손으로 현을 쥐고 똑바로 줄을 그어봐. 다시 반대로 밀어주고….”

첼리스트 양성원 연세대 음대 교수(48)는 분신과도 같은 자신의 첼로를 선뜻 내주며 소리를 내보라고 했다. “어때, 첼로 몸통이 닿는 다리와 가슴으로 울림이 느껴지지?”

김주현(가명·19) 군은 신기한 듯 조심스레 소리를 내보고 “첼로를 가까이서 본 게 처음인데 만져보고 직접 소리도 내보니 신기했다”고 말했다.

12일 광주 남구 빛고을아트센터. 광주 보호관찰소 청소년 20여 명은 세계적인 첼리스트의 연주와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양 교수는 바흐 베토벤 브람스 곡을 연주하면서 중간중간 청각장애를 이겨낸 베토벤과 자신의 인생 이야기도 들려줬다.

“제가 아침에 일어나면 맨 먼저 하는 게 뭔지 아세요. 제가 첼로를 처음 배웠을 때처럼 현을 잡고 아무 음이나 소리를 내보는 겁니다. 아주 단순한 것이지만 40년 전 음을 만들어 내는 게 재미있게 느껴진 첫 순간을 잊지 않으려는 겁니다. 여러분도 그런 순간을 느끼길 바랍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청소년은 광주가정법원에서 절도 폭력 등으로 보호처분을 받은 학생들. 법원은 광주문화재단을 통해 문화예술 교육을 받도록 했고, 문화예술위원회의 인생나눔교실과 연결됐다.

인생나눔교실은 어른들이 가진 인생의 경험과 지혜를 10, 20대 젊은이들과 소통하며 나누자는 취지로 올 7월 말 시작된 멘토링 프로그램. 20여 명의 명예 멘토와 250여 명의 일반인 멘토가 △학교 △군부대 △지역아동센터 △보호관찰소 등을 다니며 250여 개 멘티 그룹을 상대로 문화예술 활동을 함께한다. 명예 멘토는 양 교수 외에도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소설가 권지예, 뮤지컬 제작자 박명성, 연극배우 박정자 씨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로 구성됐다.

양 교수는 “다음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한 명이라도 제 첼로 연주와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와 닿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강배 광주문화재단 문화사업실장은 “이번 연주를 비롯해 지금까지 인문학 강의, 춤 공연 등 모두 6번 인생나눔교실을 가졌다”며 “문화체험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면서 지난 잘못을 돌이켜보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일반 멘토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7월 말부터 250여 명이 1500여 회 멘토링 시간을 가졌다. 11일엔 경기 파주 육군 1사단의 한 중대에서 일반 멘토와 장병 9명이 참여하는 인생나눔교실이 열렸다.

이 모임에 참석한 황모 일병은 “일병인데도 여전히 어리숙하고 실수가 많아 고민이 많았는데 멘토에게 진솔하게 털어놓고 나니 심리적으로 도움이 됐다”며 “또 프로그램을 통해 동료 장병들로부터 격려 메시지를 받으며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광주=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양성원#첼로#멘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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