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교수가 베토벤의 피아노 곡들에 열중하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4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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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피아노 트리오(3중주) 전곡을 듣다보면 베토벤의 전 생애와 음악의 변천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첼리스트 양성원 연세대 교수(48)가 이번엔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전곡을 갖고 왔다. 그가 이끄는 ‘트리오 오원’(피아노 엠마누엘 슈트로세, 바이올린 올리비에 샤를리에)이 연주한다. ‘오원’이라는 이름은 조선 말기 화가 장승업의 호 오원(吾園)에서 따온 것.

9월 3일 전곡을 녹음한 4장짜리 CD와 2장짜리 DVD가 출시된다. 트리오 7곡에 카카두 변주곡과 베토벤이 자신의 7중주를 직접 3중주로 편곡한 곡이 보너스로 들어가 있다. 한국 아티스트가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전곡 앨범을 발매한 건 처음이다. 이어 8, 9일 세종문화회관, 10, 12일 경기 안양 평촌아트홀, 13, 14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공연을 갖는다.

“초기 트리오 곡은 한 ‘성깔’ 하는 젊은 작곡가의 패기와 야심이 넘쳐요. 중기 때는 삶의 내면을 고스란히 담아낸 느낌이 들고 후기에는 삶을 초월한 영적 이상을 보여줘요. 한 천재가 인생의 정수를 보여주려고 인류에 남겨준 유산이죠.”

그는 트리오 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후기 곡인 ‘대공’을 꼽았다. 그는 “음악의 깊이가 점점 더해져 나중에는 한없이 투명하고 고요해지는 매력이 있다”며 “인간으로서, 음악가로서 모든 시련을 이겨낸 흔적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번에 베토벤 트리오에 이어 12월에는 베토벤 첼로 소나타와 변주곡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그는 올해 이렇게 베토벤에 열중하는 이유를 물었다.

“베토벤은 피아니스트였지만 그 시대 작곡가 중 누구보다 첼로를 중시했습니다. 특히 후기 트리오로 오면 더욱 도드라집니다. 베토벤은 첼로를 피아노나 바이올린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곡가였어요.”

트리오 오원은 양성원이 파리고등음악원 재학 시절 인연을 맺었던 연주자들과 만들었다. 그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이 프랑스에서도 잘 알려져 오원이란 이름을 제안했더니 ‘특색 있다’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연주 실력이 과거보다 늘고 있다고 했다. 연주 테크닉 뿐 아니라 곡에 대한 감성이나 표현력이 나아지고 있다는 자평이다. 그는 “스승인 야노스 슈타커 교수가 늘 ‘도태되지 않으려면 (실력이) 늘어야 한다’고 말한 것을 평생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명곡의 연주는 끝이 없죠. 연주를 하면 할수록 더 깊이 찾을 게 있어요. 연주자가 앨범을 내는 건 나무에서 열매를 따는 것과 비슷해요. 무르익었을 때 열매를 따는 것처럼 명곡에 대한 해석이 나름대로 무르익었을 때 앨범을 내는 거죠. 이후 뿌리가 깊어지고 잎이 더 많아지면 더 맛있는 열매가 열리는 것처럼 연주도 그런 과정을 거치는 겁니다.”

양 교수는 내년엔 현대곡에 힘을 쏟아 뒤티외 협주곡, 로랑 프티지라르 협주곡, 메시앙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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