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통곡 잊었나요? 짜장면 대신 카레 들고 눈물 닦아주러 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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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 스님’의 2차 봉사단 출국
철인-봉사단골 등 15명 멤버 합류… 25일까지 급식-의료봉사활동
위령제 주관후 학교 건립도 추진

음식 봉사 때 사용하는 대형 차량의 ‘스님짜장’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17일 네팔로 봉사활동을 떠난 김규만 굿모닝한의원장, 운천 스님, 권현옥 산부인과 원장, 김길남 실크로드재단 사무국장(왼쪽부터).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음식 봉사 때 사용하는 대형 차량의 ‘스님짜장’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17일 네팔로 봉사활동을 떠난 김규만 굿모닝한의원장, 운천 스님, 권현옥 산부인과 원장, 김길남 실크로드재단 사무국장(왼쪽부터).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요리 도구와 재료 때문에 네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짜장 맛을 못 보여주는 게 안타깝죠. 이러다 ‘카레 스님’ 되겠어요. 하하.”

짜장면 20만 그릇 이상을 보시(布施·널리 베풂)해 ‘짜장 스님’으로 불리는 운천 스님(53)의 말이다. 두툼한 스님의 손이 근질근질한 모양이다. 현지에서는 짜장면을 만들 때 사용할 무쇠솥과 화력이 센 불을 쓸 수 없다. 스님은 춘장을 포함한 재료를 공수할 비용도 만만치 않아 카레밥을 현지인들에게 제공해왔다.

스님은 6월에 이어 2차 봉사를 위해 17일 봉사단과 함께 현지로 출국했다. ‘네팔에 희망을’이라는 이름의 이 봉사단에 15명의 멤버가 합류했다. 출국에 앞서 11일 서울 우정국로 조계사 앞에서 스님과 독특한 이력의 봉사단원들을 만났다.

한의원장인 김규만 씨(57)는 지인들 사이에서 ‘철인(鐵人)’으로 불린다. 철인 3종 경기를 즐기는 데다 자전거와 요트, 윈드서핑, 산악 등반에도 능숙한 스포츠 마니아다. 자전거로 1994, 99년 인도 북부 라다크를 여행했고, 2006년에는 중국 티베트 지역 약 800km를 횡단했다. 경남 진주의 산부인과 원장인 권현옥 씨(52·여)는 네팔 의료 봉사만 13번째다. 실크로드재단(이사장 이상준) 사무국장인 김길남 씨(47)는 영화 ‘친구’ ‘조폭마누라’ ‘박하사탕’ 등을 배급하며 영화판에서 잔뼈가 굵었다.

운천 스님과 권 원장은 6월 현지에서 만나 2개월 만에 다시 네팔로 향하게 됐다. “설과 추석 등 명절과 휴가를 이용해 한 해 5, 6회 봉사활동을 떠나요. 그래서 가끔 결혼도 안 한 ‘싱글’이냐는 고마운 소리까지 듣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왔으니 또 가야죠.”(권 원장)

서울 은평구 불광로에 있는 한의원에서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고 약속 장소에 도착한 김 원장은 “네팔은 한마디로 마음의 고향”이라고 했다. 그는 “1990년 겨울 에베레스트 지역을 트레킹한 것이 네팔과의 첫 인연”이라며 “그 뒤 자전거 여행과 의료 봉사를 위해 네팔을 여러 차례 찾았다”고 덧붙였다.

김 사무국장은 출국 전부터 가장 바쁘게 움직였던 봉사단원 중 한 명이다. 그는 출국 전 봉사단원의 평소 모습과 현지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스님도 그렇지만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네팔과 봉사라는 두 단어로 하나가 됐습니다. 이 다큐가 지속적으로 네팔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봉사단은 25일까지 지진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급식과 의료봉사 활동을 펼친다. 운천 스님은 이후에도 현지에 머물며 학교 건립을 추진한 뒤 28일 3000명 이상이 참석하는 위령제를 주관할 계획이다.

스님은 네팔에 건넬 희망의 싹을 학교 건립에서 찾고 있다. “6월에 가 보니 학교가 무너져 아이들이 집에서 놀고 있었어요. 우선 급하게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먹을 것을 줄 수 있지만 이곳 사람들을 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것은 학교입니다. 아이들이 다시 선 학교에 모이고 공부를 할 수 있다면 네팔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짜장 스님#운천 스님#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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