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연주에 힘과 위엄… 즉흥연주 순간적 반응 놀라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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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즉흥연주 거장들이 보는 ‘국악’

지난달 여우락 페스티벌에 참가한 미국 첼리스트 에릭 프리들랜더.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지난달 여우락 페스티벌에 참가한 미국 첼리스트 에릭 프리들랜더.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올해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7월 1일∼26일)에 참가해 국악인들과 자웅을 겨룬 해외 연주자 두 명을 만났다. 미국 뉴욕 즉흥음악계의 거장인 첼리스트 에릭 프리들랜더(55), 핀란드를 대표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이로 란탈라(45). 우리 전통 음악과 악기가 현대적인 즉흥음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얼마나 열려 있는지 물었다.

최근 세계적인 재즈 전문지 ‘다운비트’의 2015년 비(非)재즈악기 부문 최우수 연주자에 뽑힌 프리들랜더는 여우락에서 허윤정(거문고), 선우정아(보컬), 김보라(소리), 황민왕(타악), 사토시 다케이시(타악)와 ‘타임리스 타임’이란 주제 아래 어우러졌다.

그는 국악연주자들을 세계 최고 수준의 협연 파트너로 칭찬했다. “국악인의 연주에서 힘과 위엄을 느꼈어요. 즉흥연주 상황에서 여러 음향이 맥락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순간적으로 반응해 음악을 만들어 가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재즈나 실험음악가와 주로 궁합을 맞추는 그가 전통음악과 협연을 한 것은 미국, 콜롬비아의 민속 음악에 이어 세 번째다.

핀란드 재즈 피아니스트 이로 란탈라. 국립극장 제공
핀란드 재즈 피아니스트 이로 란탈라. 국립극장 제공
“즉흥음악의 핵심은 대화입니다. 무대를 토크쇼 생방송처럼 생각하면 이해가 쉽죠. 각자의 이야기를 하도록 배려하되 함께 맥락을 만들어 가고, 때론 상대의 말을 적절히 방해함으로써 긴장을 조성하는 겁니다. 감상자 입장에서도 당장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척하지 말고 음악이 샤워기의 물처럼 자신을 훑고 지나가도록 놔둬야 합니다.”

란탈라는 소리꾼 정은혜와 ‘판타스틱 투’란 타이틀로 즉흥 듀오 연주를 했다. “핀란드 민요들은 죄다 단조에다가 너무 우울합니다. 반면에 국악은 대단히 다이내믹해요. 한국에 오기 전에 은혜가 e메일로 적벽가의 가사를 설명해줬어요. 100만 명이 전투에서 죽은 이야기라고요. 하지만 가사보다는 리듬과 하모니에 집중했어요. ‘강강술래’는 아주 흥이 넘치고 판소리는 오페라보다 생동감 넘쳤죠.”

란탈라는 “핀란드에도 이런 축제를 꼭 만들어 보고 싶다”며 “이번에 놀라운 잠재력을 발견한 국악인들도 당연히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에릭 프리들랜더#이로 란탈라#국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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