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조상들의 피서 지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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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원 시인·노인심리상담지도사
이건원 시인·노인심리상담지도사
한낮 찜통더위도 해가 서산을 넘으면 한풀 꺾이는 게 순리다. 그런데 요즘 더위는 그렇지가 않다. 지구온난화로 평균기온은 갈수록 올라가는 상황이다. 낮에 가열된 아스팔트 도로와 콘크리트 빌딩에서는 복사열을 뿜어내고 자동차와 에어컨에서는 냉방열을 발생시키는 바람에 밤까지 무더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에 수증기가 많이 유입되면서 한낮의 열기가 밤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상을 ‘열대야’라고 한다. 중복과 말복 사이가 열대야의 절정기다. 열대야를 벗어나려고 냉방기를 사용할 때 생기는 큰 문제점이 두 가지 대두된다. 하나는 온도 저하로 냉방 감기가 급습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냉방기 사용으로 인한 전기요금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열대야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자연현상을 여름은 더운 대로, 겨울은 추운대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일인데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 아닌가.

문명의 혜택이 적었던 우리 선조들은 한여름 삼복무더위를 어떻게 이겨냈을까. 조상들의 현명한 피서 요령의 슬기로운 지혜를 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인 1824년에 쓴 ‘소서팔사’라는 시에서 언급한 8가지 피서법이 있다.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우선 ‘느티나무 아래서 그네타기’가 있는데 요즘으로 치면 해먹(그물그네 침대)이나 흔들의자에서 더위를 식히는 방법이다. 또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가 있는데, 이는 시원한 곳에서 바둑이나 독서, 놀이에 집중하여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는 방법이다. ‘숲 속에서 매미소리 듣기’는 청량한 공기가 가득한 숲 속으로 가라는 것이고, 특히 ‘달밤에 개울가에서 발 씻기’는 무더위를 피해 가족과 함께 강가를 찾는 요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더위를 피한 것이 아니라 자연을 수용하면서 피서 요령을 창안하여 더위를 즐겼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인위적으로 기계를 이용하여 더위를 억지로 피하려고만 하는 현세에 비하여 우리 조상들은 더위를 잊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모색했다. 선조들의 다양한 지혜가 시대는 지났지만 오늘날에도 가치가 있다면 본받아 잘 활용하는 게 건강이나 경제적 측면에서도 모두 유용하고 멋진 피서 방법이 아닐는지.

이건원 시인·노인심리상담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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