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웠던 시절 고통에 실려가고, 가슴속에 맺힌 恨은 겹겹이 쌓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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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홍 일본군 위안부 사진전

꽃다운 16세 나이에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던 동티모르의 카르민다 도 할머니.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 종일 대나무집 안에서만 지낸다. 안세홍 씨 제공
꽃다운 16세 나이에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던 동티모르의 카르민다 도 할머니.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어 종일 대나무집 안에서만 지낸다. 안세홍 씨 제공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에 성노예로 끌려갔다가 살아남아 돌아온 피해 여성들의 삶을 기록한 사진작가 안세홍 씨(44)의 ‘겹겹-지울 수 없는 흔적’전이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류가헌에서 열린다.

작가는 1996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을 처음 찾은 뒤 이들의 이미지를 조금씩 쌓아 왔다. 국내 최고령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득 할머니(97)를 비롯해 한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 5개국 피해 여성 46명의 모습을 담은 사진 70여 점을 선보인다. 각국 피해자 수와 얼굴을 모아 정리한 세계지도 자료도 공개한다.

안 씨는 피해 여성들을 여러 번 반복해 찾아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진을 촬영할 시점을 기다렸다. 1941년 중국 산시(山西) 성에서 일본군에 납치당한 할머니는 젊은 시절 촬영한 증명사진을 두 손으로 소중히 붙잡은 채 촬영에 응했다. 만나기로 약속했던 할머니가 현지에 도착하기 직전 사망해 영정을 촬영한 일도 있다. 필리핀에서는 피해 여성들이 교류하는 공간에서 춤을 추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찍었다.

작가는 “꽃다웠던 시절에 강제로 전쟁터에 끌려가 끔찍한 피해를 당한 할머니들은 헤아릴 길 없는 고통을 품은 채 세월을 견뎌 냈다. 이들의 가슴 속 한을 풀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그런 의미로 전시 구성을 ‘살다, 당하다, 품다, 풀다와 남다’라는 소제목으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전시 표제인 ‘겹겹’은 세월과 함께 늘어난 할머니들의 얼굴 주름을 뜻한다. 아울러 이번 전시를 위해 뜻을 함께해 준 여러 사람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안 씨는 5월부터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전시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의 기부를 받았다. 670여 명이 참여해 583만 원을 전시 비용에 보탤 수 있었다. 전시 기간 중에는 체계적인 의료 서비스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아시아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을 돕기 위한 모금함을 비치한다. 9월에는 일본 도쿄에서도 전시할 예정이다. 02-720-201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겹겹-지울 수 없는 흔적#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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