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동해의 바람 맞으며 즐기는 인공암벽의 짜릿한 맛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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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 아웃도어스쿨과 함께하는 스포츠클라이밍

동해와 맞닿은 거진체육공원에 위치한 인공암벽장을 힘차게 오르는 모습. 인공암벽을 오르는 스포츠클라이밍은 팔과 다리를 비롯한 온 몸의 탄탄한 근육을 만들어 준다. 또 맨손으로 절벽을 오르는 데서 오는 성취감이 스포츠클라이밍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다. 네파 제공
동해와 맞닿은 거진체육공원에 위치한 인공암벽장을 힘차게 오르는 모습. 인공암벽을 오르는 스포츠클라이밍은 팔과 다리를 비롯한 온 몸의 탄탄한 근육을 만들어 준다. 또 맨손으로 절벽을 오르는 데서 오는 성취감이 스포츠클라이밍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다. 네파 제공
스포츠클라이밍은 인공으로 만들어진 암장에서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스포츠다.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많은 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도 채택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네파 아웃도어스쿨 시즌2, 그 아홉 번째 도전은 익스트림스포츠 중 갈수록 뜨고 있는 스포츠클라이밍이다.

답답한 고속도로를 벗어나면서 풍경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봄과 여름이 엇갈리는 풍경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버스는 거진항(강원 고성군)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거진항에서 오늘의 목적지인 거진체육공원까지는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다. 거진항에서 거진등대와 거진해맞이봉을 거쳐 인공암벽장이 있는 거진체육공원에 이르는 길은 해안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해파랑길 49구간의 한 코스이기도 하다.

바다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암벽장 풍경이 일품이었다. 누군가는 태국 끄라비의 암벽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높이 17m에 폭 20m의 인공암장은 언뜻 봐도 그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이번 도전에는 네파 홍보대사인 손정준 씨가 강사로 나섰다. 손정준스포츠클라이밍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손정준 강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클라이머. 그의 이론 교육으로 본격적인 체험이 시작됐다.

스포츠클라이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홀더(인공 암벽에 붙어 있는 돌·암벽을 오르려면 홀더를 잡거나 밟고 올라야 한다)를 잡는 법이다. 홀더는 크기와 모양에 따라 그 종류가 무려 3000여 가지나 된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홀더에 따라 잡는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그립 방법에는 오픈 그립(open grip), 랩 그립(Wrap grip), 크림프 그립(Crimp grip), 포켓 그립(Pocket grip), 핀치 그립(Pinch grip), 언더 그립(Under grip) 등이 있다.

오픈 그립은 가장 일반적인 그립법으로 상부가 평평한 홀더를 잡을 때 쓰는 방법이다. 암벽을 오를 때 돌출부를 쥐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랩 그립은 손날을 벽으로 향하게 한 상태에서 홀더를 감싸듯 잡는 방법이며, 포켓 그립은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홀더를 쥐는 방식이다.

핀치 그립은 책을 꺼내듯, 크림프 그립은 꼬집듯 홀더를 잡는 방식을 가리키는데, 세로 모양의 홀더와 작은 홀더를 잡을 때 유용하다.

그립법에서 중요한 건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이 직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엄지는 상황에 따라 검지를 눌러 지탱하거나 홀더의 여유 부위에 위치시키면 된다. 손목은 가능한 한 꺾이지 않게 홀더를 잡은 면과 ‘T’자가 되도록 유지하는 게 좋다.

발디딤도 중요하다. 암벽 하면 팔힘으로 오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버텨주는 다리의 역할도 무척 중요하다. 홀더를 디딜 때는 엄지발가락을 주로 사용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발의 안쪽과 바깥쪽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백문이불여일견. 이젠 몸으로 직접 부딪혀 볼 차례다. 일단은 가장 낮은 단의 홀더를 이용해 옆으로 이동하며 그립법과 자세를 익혀보기로 했다.

역시 이론과 실전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시야가 좁았다. 좁아진 시야만큼 이동 시간이 길어져 체력 소모가 심했다. 클라이밍 선수들은 이에 대비해 암벽에 오르기 전, 자신이 이동하고자 하는 루트의 홀더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손과 발의 위치를 머리로 구상해 보는 루트 파인딩, 즉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데, 많게는 70∼80개의 홀더 위치를 기억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초보자에게 루트 파인딩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정답은 반복 연습. 같은 코스를 서너 번 오간 뒤에야 비로소 조금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팔과 손가락에만 집중했던 힘을 두 다리로 분산시켜 보다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휴식도 취할 수 있었다. 클라이밍에서 적절한 휴식은 완등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사용해야 하는 클라이밍은 팔뚝과 손목 근육에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에 자칫 무리해서 오르다 근육경련이 오면 등반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젠 직벽이다.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옆으로 이동하는 것과 위로 오르는 것은 또 달랐다. 홀더 하나하나를 잡고 오른 때마다 그만큼 커지는 높이에 대한 부담도 스스로 감수해야 했으니까.

솔직히 팔과 다리에 전해오는 체력적 부담보다 높이에서 오는 공포를 떨쳐내는 게 훨씬 더 어려웠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안전한(?) 추락을 경험하면 반드시 그 이상의 자신감이 생겨났다. 5m에서 추락한 뒤 10m를 오르는 식으로. 그렇게 조금씩 주어진 도전 목표를 완수해 내면서 손정준 강사가 강조했던 ‘파트너와의 신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클라이밍에서 정신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비록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그래도 자신감과 신뢰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 암장 위에 매달려 바라본 동해의 푸른빛도 쉬이 잊지 못할 듯하다.

▼ 네파 홍보대사 손정준 ‘손정준 스포츠클라이밍연구소’ 소장이 전하는 초보 가이드 네파 제공 ▼

1. 철저한 준비운동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사용하는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준비운동은 무척 중요하다. 특히 팔목과 손가락 등 관절 부위의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어야 한다.

2. 안전장비 관리 철처

등반자는 자신의 안전벨트에 연결한 로프의 매듭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등반자와 자신을 로프로 연결해 등반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인 확보자는 등반자와 연결된 로프가 자신의 확보기에 제대로 연결되어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3. 전용 장비를 갖추자

스포츠클라이밍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클라이밍화를 신어야 한다. 초보자는 얇은 양말을 신고 조금 조이는 듯한 느낌이면 된다. 초크 준비도 필수. 탄산마그네슘 가루인 초크는 등반 시 손에 난 땀을 제거해 미끄러짐을 방지해 준다.

글·사진 정철훈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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