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한국은 가정교육, 핀란드는 공동체주의가 강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최고의 교육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마틴 메이어, 레네 메이어 하일 지음
김효정 옮김/296쪽·1만5000원·북하우스
‘최고의 교육은…’을 쓴 레네 메이어 씨

이 책의 공저자인 마틴 메이어 씨(오른쪽)와 딸 레네 메이어 하일 씨가 차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그들은 생생한 경험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핀란드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비교했다. 저자 제공
이 책의 공저자인 마틴 메이어 씨(오른쪽)와 딸 레네 메이어 하일 씨가 차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그들은 생생한 경험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핀란드와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비교했다. 저자 제공
핀란드와 한국 학생들의 공통점은? 둘 다 교실에서 질문을 하지 않는다. 자기 의견을 밝히는 데 거리낌이 없는 서유럽 학생들과 달리 유독 핀란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무얼까? 한쪽은 학원 과외에 밤잠까지 줄이면서 공부하지만, 다른 쪽은 학업과 동시에 여가 활동도 충분히 즐긴다. 전자는 한국, 후자는 핀란드다. 그런데 비용 대비 효과로만 따지면 핀란드가 단연 한 수 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40개국의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2000년 실시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핀란드는 읽기 부문 1위를 차지했다. 3년 뒤에는 수학 부문 1위, 2006년에는 과학 부문 1위에 연달아 올랐다.

이 책은 한국인도 핀란드인도 아닌 네덜란드 국적의 부녀가 양국의 교육 시스템을 비교한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그저 자료만 인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딸이 직접 핀란드로 날아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아버지는 한국에서의 교육 경험을 살려 현장감을 높였다. 아버지는 한국의 청심국제학교에서 10년째 교사로 일하고 있으며, 딸은 한국에서 중고교를 다닌 뒤 현재 런던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독일에 머물고 있는 딸 레네 메이어 씨와 e메일로 인터뷰를 했다.

―미디어 전공인데 이런 내용의 책을 쓴 동기가 뭔가.

“어렸을 적 꿈이 선생님이어서 교육 분야에 늘 관심이 많았다. 한국에서 중고교를 다니면서 이곳 선생님들이 일하는 만큼 사회적으로 보상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반면 내가 가본 핀란드는 교사에 대한 처우가 남달랐다. 초등학교 선생님 출신이 대통령을 지낼 정도로 교사는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다. 만약 내가 핀란드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선생님이 되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본인이 직접 겪은 한국 교육은 어땠나.


“한국어에 서툰 데다 종일 학교에서 앉아만 있어야 해서 힘들었다. 시험 스트레스와 치열한 경쟁도 만만치 않았다. 점수 때문에 자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한국 학교에는 외국인 혹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에 대한 ‘왕따’도 있다. 다행히 나는 당시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 지금도 감사하고 있다.”

―핀란드 교육의 강점은 무엇인가.

“핀란드 격언에 ‘카베리아 에이 예테테(Kaveria ei j¨atet¨a)’라는 말이 있다. ‘친구를 두고 떠나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제2차 세계대전 때 핀란드 사람들이 러시아와 맞서 싸울 때 생겼다. 오늘날 핀란드 교육도 이 속담이 강조하는 공동체주의 내지 평등을 가장 중시한다. 교사들은 모든 아이들이 집에서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가정하고 학생들을 지도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의 입장에서는 진도가 느리다고 할 수도 있다. 핀란드 사람들의 기초 학습능력이 높은 것은 이런 배경 덕분이다.”

―핀란드보다 한국 교육이 앞서는 점은 없나.

“당연히 있다. 바로 가정교육이다. 핀란드는 부모가 자녀의 삶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자녀의 모든 진로를 부모가 함께 계획하고 심사숙고한다.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의 헌신이야말로 한국이 지닌 최고의 자산일 것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