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동진-인문 유시민-과학 정재승 1위… 200만원 선 받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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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평판-판매 좌우하는 ‘추천사 필자’ 랭킹 분석해보니

#사례1 “그녀는 괴물 같은 소설 아마존이다.”

2011년 3월 출간된 정유정의 소설 ‘7년의 밤’ 표지에 적힌 추천사다. 추천사를 쓴 사람은 소설가 박범신이었다. 정유정은 당시 전작 ‘내 심장을 쏴라’(2009년)로 지명도를 얻었지만 대중적 인기를 모으지는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유정을 ‘여전사’에 비유한 박범신의 추천사는 화제가 됐고 ‘7년의 밤’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사례2 “나만 좋아했으면, 싶은 사람이어서. 이럴 땐 누군가를 혼자 소유하고 싶은 이 마음이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내가 마음에 든다.”

2013년 2월 나온 에세이 ‘완벽한 날들’의 추천사. 미국 작가 메리 올리버가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인 데다 책의 내용도 어려워 출판사는 고민이 컸다. 하지만 소설가 김연수가 감각적인 추천사를 썼고, ‘완벽한 날들’은 큰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책의 서문이나 표지, 혹은 띠지에 들어간 추천사는 이처럼 책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기도 한다. 출판사 관계자들이 추천사를 써줄 사람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는 이유다. 누가 쓴 추천사가 가장 영향력이 있을까?

○ 2015년 책 추천사 파워랭킹


동아일보 취재팀은 20∼27일 출판사 대표, 출판평론가, 서점 관계자 등 30명에게 ‘누가 추천사를 써야 책의 영향력과 판매가 높아지나’라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한 결과 문학(소설 에세이)은 영화평론가 이동진, 인문·교양서는 유시민 전 의원, 과학서는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추천사 필자 파워랭킹 1위를 각각 차지했다(표 참조).

문학의 경우 이동진에 이어 소설가 김연수가 2위를 차지했다. 소설가 공지영, 김훈·신경숙, 김영하 순이었다. 젊은 여성층에서 호감도가 높은 방송인 허지웅이 공동 6위를 기록한 반면에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이외수 조정래 등 유명 작가들이 공동 7위 안팎에 머문 점이 눈에 띈다.

인문·교양서의 경우 유시민 전 의원에 이어 철학자 강신주, 비평가 진중권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과학서적은 정재승 교수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압도적인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장대익 서울대 교수, 김대식 KAIST 교수, 이덕환 서강대 교수가 뒤를 이었다.

경제·경영서의 경우 현직에 있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추천사를 써줄 때 가장 파괴력이 크다는 응답이 많았다.

○ 추천사 한 줄에 200만 원?

하지만 상위 순위에 오른 추천사 필자에게 글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아라크네 김연홍 대표는 “공지영 작가에게 부탁했더니 다 읽은 후 자신과 ‘결’이 맞지 않는다며 추천사를 써주지 않았다”며 “유시민 진중권 등도 마찬가지다. 추천사의 희소성이 있으니 독자가 믿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천사를 써주면 얼마를 받을까? 출판계에 ‘추천사 품앗이’란 말이 있다. 친분이 있는 작가, 출판사끼리 새 책이 나오면 서로 추천사를 공짜로 써준다. 반면 원고료를 주고 추천사를 받을 경우 띠지에 들어가는 한 문장 추천사는 10만∼30만 원, 서문에 들어가는 긴 추천사는 최소 20만∼50만 원, 많게는 100만 원이 넘어간다.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이외수 작가가 잘나갈 때 한 줄 추천사를 쓰면 200만 원 이상 받는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책을 읽지 않고 추천사에 이름만 빌려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5년 사이 추천사를 돈을 받고 써주는 광고 카피로 인식하는 독자가 많아졌다는 후문이다.

○ 권위와 전문성에서 확산력과 친근함으로

과거 이문열 황석영 조정래 등 대가들의 추천이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추천사를 써주는 인물의 ‘확산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추천사를 쓴 사람의 인지도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독자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이동진 유시민 정재승의 공통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팟캐스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아무리 ‘대가’라고 해도 SNS 등에서 활동하지 않으면 독자들과 교감이 적고, 추천사를 써도 구매로 연결되지 않는다.

설문 대상 출판인 중 상당수는 “연예인이 서평을 써주면 좋겠다”고 했다. 연예인이 책을 소개해 ‘초대박’이 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알랭 드 보통의 ‘불안’. 이 책은 내용이 쉽지 않아 판매부수가 적었지만 2009년 배우 장동건이 ‘박중훈쇼’(KBS2)에 나와 소개한 후 수만 권이나 팔렸다.

출판 전문가들은 가장 추천사를 받고 싶은 연예인으로 가수 유희열을 꼽았다. 이어 이적 김동률 윤상 성시경 순이었다. 방송인 김제동, 가수 이효리, 모델 장윤주의 이름도 나왔다. 글항아리 강성민 대표는 “전체 독자층 중 20, 30대 여성의 비율이 높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이 선호할 만한 ‘다정하고 지적인 오빠’ 느낌의 인물이 추천사 필자로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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