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을 한결같이 ‘나선’ 한 우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주현 개인전 ‘나선연구’

김주현의 ‘토러스 매듭-3’(2013년). 전시에서 설계도면과 다양한 습작 모형을 함께 볼 수 있다. 갤러리시몬 제공
김주현의 ‘토러스 매듭-3’(2013년). 전시에서 설계도면과 다양한 습작 모형을 함께 볼 수 있다. 갤러리시몬 제공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동쪽 골목은 늘 한결같이 새침하게 고즈넉한 공간이다. 북적임이 드물어 다소곳하다. 골목 중간쯤에 자리한 갤러리 시몬의 분위기는 그 동네를 빼닮았다. 어두운 빛깔의 철제 현관이 닫아건 듯 열려 있다.

5월 15일까지 이곳에서 14번째 개인전 ‘나선연구’를 여는 김주현 씨의 작품은 얼핏 이 침착한 공간을 반짝이게 꾸민 액세서리처럼 보인다. 1층에 설치한 ‘뒤틀림-토러스’ 연작은 모두 구리선으로 만든 부정형 프레임에 발광다이오드(LED)를 촘촘히 박아 넣은 작품이다. ‘성운처럼 예쁘다’ 생각하며 잠시 공간 이곳저곳을 옮겨 서서 지켜보니 그 단순한 박음질 뒤로 두툼한 사유가 전해온다.

작가는 “사람들은 먼저 반짝이는 빛을 볼 것이다. 그중 몇은 선의 형태를 볼 것이고, 한두 사람은 선이 연결된 방식을 볼 것이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교차하는 나선의 회로를 눈으로 추적한 누군가가 연속된 격자의 그물망 구조 속에서 휘어진 우주 공간의 다채로운 변이를 상상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기껏해야 구리선을 엮은 작품을 전시하는 작가가 품기에 터무니없는 바람일까”라고 썼다. 선이 연결된 방식을 살피는 이가 그의 예상보다는 더 많으리라 생각한다.

김 씨가 8년 동안 탐닉했다는 ‘위상공간’과 나선연구에 대한 텍스트에 관람하는 이가 굳이 덩달아 매달려 공부할 필요는 없다. 3층으로 올라가면 흥미를 얻은 이론을 기반으로 구상한 형태를 얻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써서 만든 습작 결과물이 오밀조밀 놓여 있다. 철사, 호스, 천, 석고, 나무를 활용해 엮은 온갖 나선이다. 재료를 손에 쥐고 표현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스스로의 상상력에 즐겁게 흥분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데 이건 쉽지 않겠는걸. 어떻게 해야 할까. 왜 꼭 이런 걸 만들려고 하니. 제작 상세 치수 반드시 기입할 것!”

설계도 한 구석 낙서에 자신의 집착과 몰입에 대한 옅은 의구심이 읽힌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것은 결국 분명 아름답다. 굳이 아름다워 보이기를 추구하지 않았기에. 02-720-3031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김주현#개인전#나선연구#뒤틀림-토러스#위상공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