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Go 남도]“날마다 아름다워지는 거대한 정원에서 몸·마음 힐링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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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정원

국가정원 1호 지정을 앞두고 있는 순천만정원은 튤립, 아네모네 등 각종 봄꽃이 화사하게 피어 특별한 봄을 알리고 있다. 순천시 제공
국가정원 1호 지정을 앞두고 있는 순천만정원은 튤립, 아네모네 등 각종 봄꽃이 화사하게 피어 특별한 봄을 알리고 있다. 순천시 제공
 전남 순천만정원(111만 m²)에 특별한 봄이 찾아왔다. 따스한 봄 햇살에 형형색색의 튤립이 일제히 꽃봉오리를 터뜨렸다. 어느새 다가온 봄은 순천만정원을 가로지르는 도심 하천인 동천에 있는 능수 매화나무도 깨웠다. 매화꽃이 떨어진 자리에는 아네모네 수국 등 봄꽃 33만 포기가 화사하게 피어났다.

 순천만정원은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됐던 곳이다. 순천만정원에 심은 나무 83만7000그루는 어느새 부쩍 컸다. 이 나무들이 세월이 흘러 아름드리 수목으로 자라면 순천만정원은 거대한 숲이 된다.

 순천만정원을 찾은 상춘객 안모 씨(27·여)는 “정원에 심어진 나무들이 울창한 수목을 이루는 황홀한 장관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가정원 1호 순천만정원

 순천만정원은 도심 반대편 해안 쪽으로 5km 떨어진 ‘생태계 보고(寶庫)’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됐다. 도심이 팽창하는 것을 막는 자연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한국 정원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런 역할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 지정을 앞두고 있다. 순천만정원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할 수 있는 수목원 정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개정 법률은 7월 21일 시행된다. 순천만정원은 이 법에 따라 8월 국가정원 1호로 새롭게 탄생한다.

 순천만정원이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되면 순천은 국가정원이라는 최고의 브랜드를 얻게 된다. 정부로부터 정원 운영 관리비를 받아 정원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사업을 한다. 내년 순천만정원에는 정원지원센터가 건립되고 순천만국제정원페스티벌이 열린다.

 페스티벌은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며 정원용품과 순천에 많이 심어진 철쭉나무 전시, 홍보의 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순천만정원이 조경과 화훼 등 정원 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면서 한국 정원 산업을 이끄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순천만정원은 그 자체로 매력 덩어리다. 그래서 관람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 2013년 순천만정원을 찾은 관람객은 443만 명, 이듬해는 350만 명, 올해는 3월 26일까지 49만 명이 찾았다.

 임영모 순천시 순천만기획과장은 “순천만정원은 계절마다 독특한 매력이 있다”며 “계절별로 보면 꽃물결을 이루는 봄철이 가장 매력이 크다”고 말했다.

새 단장 하는 순천만정원

 순천만정원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 당시 23개국의 82개 정원이 조성됐다. 박람회를 치른 지 2년이 지난 데다 8월 국가정원 지정을 앞두고 세계정원 일부가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다. 또 한국적 정서가 담긴 장독대 정원이 새로 지어진다. 330m² 규모인 장독대정원은 매화 향기 가득한 전통가옥 뒷마당을 형상화해 순천에서 많이 생산되는 매실을 주제로 정원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순천만정원은 도서관과 갤러리 기능을 추가해 관람객이 편리하고 친근하게 정원을 이용하도록 배려했다. 도서관에는 생태, 교양도서 1000여 권을 비치하고 갤러리에는 5월까지 다양한 미술작품을 전시한다.

 건강과 관광을 동시에 즐기는 헬스투어리즘 명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헬스투어리즘 프로그램은 순천만정원 구석구석을 정원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걷는 것이다. 이와 함께 피부온도 혈압체크 스트레칭 명상 등 맞춤형 건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방체험센터(2180m²)는 순천만정원 헬스투어리즘의 상징이다. 전통 한약방을 재현한 체험센터에서 관람객들은 사상체질을 알아보고 한방 족욕 아로마세러피 마사지 등을 받을 수 있다. 약초 화분 만들기, 약초 향기 주머니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순천만정원을 둘러본 관람객들은 전기로 운행되는 소형무인궤도차(PRT) ‘스카이큐브’를 타고 순천만까지 갈 수 있다. 운행 구간은 순천만정원에서 순천만 입구까지 4.6km로, 편도에 12분이 걸린다.

 “정원은 날마다 더 아름다워지고 새롭게 변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인 정원은 녹음이 깊어지고 철 따라 꽃이 피고 져 계절의 변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잘 가꿔진 정원을 거닐며 몸과 마음을 힐링하십시오.”

 조병철 순천시 순천만관리센터 소장은 상춘객들에게 순천만정원의 매력을 이같이 설명했다.


생태계 보고 순천만에서 무분별한 개발의 흔적이 생명이 살아 숨쉬는 갯벌과 갈대밭으로 회복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순천시 제공
생태계 보고 순천만에서 무분별한 개발의 흔적이 생명이 살아 숨쉬는 갯벌과 갈대밭으로 회복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순천시 제공
▼“하늘이 내린 생태계 보고, 순천만… 예약하고 오세요”▼


순천만 탐방


 ‘삭. 삭.’

  ‘생명의 보고’인 전남 순천만 갯벌. 기온이 올라가자 갯벌 구멍에서 나온 칠게가 인기척에 놀라 황급히 숨으며 내는 소리다. 인근에서는 고둥이 꼼지락거리며 생명력을 발산한다. 순천만은 요즘 맛 좋은 조개 채취가 한창이다.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 1005마리는 봄이 되면서 북녘으로 떠나기 시작했다. 흑두루미가 건강하게 월동을 마치고 이동할 수 있도록 철새 지킴이 활동을 벌여 온 순천 시민들은 순천만의 진객을 떠나보내는 게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

 흑두루미는 떠났지만 짱뚱어는 아직 봄이 이른지 갯벌에서 잠을 자고 있다. 짱뚱어는 5, 6월이 돼야 갯벌을 나와 순천만에서 뛰어논다.

 주민 김만석 씨(65·순천시 별량면)는 “순천만 청정 자연을 지키려는 노력이 그 나름의 성과를 거둔 때문인지 갯벌이 살아 움직이고 생동감이 넘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순천만은 하늘이 내린 생태계의 보고로, 세계 5대 연안 습지이자 습지 보호 지역이다. 22.6km²에 달하는 광활한 갯벌과 5.4km²의 드넓은 갈대밭이 있다. 갯벌과 갈대밭은 칠게와 짱뚱어 등 생명체의 보금자리이고 철새 200여 종의 낙원이다.

 순천만은 1990∼2000년대 초 무분별한 개발 열풍이 불면서 연안 습지인 갯벌과 내륙 습지인 갈대밭 일부가 사라졌다. 순천시와 시민들은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고 최근에야 값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시민들은 순천만에 설치된 전봇대 282개를 철거하고 대대포구 내 음식점, 환경오염 시설을 없앴다. 순천시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차장 농지 등 36.5ha를 갈대밭으로 돌려놓았고 양식장 1.1ha를 갯벌로 바꿔 놓았다. 시는 하천 준설토가 쌓였던 대대동 사토장 10ha에 바닷물을 공급해 갯벌로 바꾸는 역(逆)간척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순천만을 찾은 탐방객은 2012년 235만 명, 2013년 236만 명, 2014년 155만 명이었다. 순천만에 탐방객이 몰리면서 교통 체증이 빚어지고 갯벌이 육지로 되는 등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순천시는 4월 1일부터 순천만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탐방 예약제를 실시한다.

 탐방 예약은 방문 하루 전까지 순천만자연생태공원 홈페이지(www.suncheonbay.go.kr)에 하면 된다. 현장 신청도 가능하다. 순천만은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애물 없는 열린 생태 관광지다. 장애인 화장실, 장애인 점자 블록 등을 설치했고, 휠체어 이동에 어려움이 없도록 문턱을 없앴다.

 이기정 순천시 순천만보전과장은 “탐방객 제한 등을 통해 순천만 생태계를 지키고 자연생태해설사 동행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생태학습장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원문화의 발상지 순천 새로운 블루오션 메카로 발전할 터”▼

조충훈 순천시장 인터뷰

 “순천만정원이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되면 순천은 그야말로 세계 속의 명품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조충훈 전남 순천시장(62·사진)은 순천이 머지않아 한국 정원 문화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순천만정원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 유지 관리비가 절감돼 재정 부담이 줄어들 뿐 아니라 정원 산업이 활성화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시장은 순천만정원의 국가정원 지정으로 생기는 가장 큰 파급력은 순천이 한국 정원 문화의 발상지라는 브랜드 가치 획득이라고 했다. 또 새로운 블루오션인 조경 화훼 등 정원 산업의 메카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는 정원을 활용한 마이스(MICE·기업회의 및 전시박람회) 산업 유치, 정원분야 산업박람회 개최 등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가드너(정원사)나 정원 디자이너 등 정원과 관련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세계 최고의 정원도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시의 경우 정원이 힐링을 넘어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역할까지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 산업이 발전 가능성이 큰 부가가치 산업이라고 판단해 산업화 전략을 짜고 있다.

 조 시장은 “올 8월 순천만정원이 국가정원 1호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면 브랜드 가치는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며 “국가정원 지정을 앞둔 순천만정원에서 특별한 봄을 느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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