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은 쇼가 아닌 오래된 문화행위”…마술사 오은영 새 책 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1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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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Magic)’? 이 단어에는 호기심과 함께 “결국 눈속임 아니냐”는 반응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마술사 오은영 씨(40)는 “마술은 단순한 쇼가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역사 나아가 인간의 욕망이 얽혀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 행위 중 하나”라고 말한다. 최근 그는 ‘호모매지쿠스 마술적 인간의 역사’란 책을 최근 냈다.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처럼 인간은 마술을 하는 존재, 호모매지쿠스에요, 고대 문명 이래 마술은 인간의 다양한 부분과 연관을 맺어왔죠. 매직(Magic)이란 단어를 보세요. 고대 페르시아의 사제 계급을 뜻하는 마구스(Magus)에서 파생됐어요. 마구스의 복수형 ‘마기(Magi)’는 성직자 계급이에요.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동방박사는 성서에 마기로 기록돼 있죠.”

항공기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2000년 본격적으로 마술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홍콩, 미국, 일본 등에서 선진 마술을 배운 뒤 국내에서 스토리텔링 마술 등을 선보여 왔다.

“중세시대에는 마술을 탄압함으로써 권력과 기득권이 유지됐어요. 당시 인형을 바늘로 찌르는 부두교 의식행위가 ‘흑마술(Black magic)’로 불리기 시작했는데 마침 기근과 전염병이 유행했죠. 사회가 피폐해지고 사람들의 불만이 커지자 당시 가톨릭 기득권 세력은 이를 마술가 탓으로 돌리며 탄압하기도 했지요.”

반면 점성술 같은 ‘백마술(White magic)’은 17세기 계몽주의와 과학 기술의 발전에 초석이 됐다. 대표적인 예가 유령 마술이다. “17세기 벨기에 출신 로버트슨이란 과학자는 빛을 오목렌즈에 투과시켜 스크린에 투사하는 ‘매직랜턴’을 이용해 버려진 성당 등에서 유령이 나오는 ‘환영 마술’을 선보였죠. 19세기 영상기술과 영화의 모태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는 탈출 마술의 대가 해리 후디니, 투시 마술의 창시자 로베르 후댕, 19세기 초 인도의 공중부양 마술, 미국 근대기 심령술 마술 등도 소개했다.

“프랑스 마술사 로베르 후댕은 식민지 알제리로 가서 총알을 잡는 마술쇼를 선보였어요. 프랑스인은 우수하고 알제리인은 열등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식민정책에 저항하는 알제리인을 정신적으로 무력화시키려는 시도였죠.”

그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을 성취하고 싶은 인간의 본성이 투영된 것이 마술이라며 즉석에서 동전 바꾸기 마술을 보여줬다. 어떻게 하는지를 묻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카드의 제왕’으로 불렸던 하워드 서스턴(1869~1936)의 마술의 3원칙이 있어요. 같은 마술을 반복해 보여주지 말 것, 마술을 하기 전에 미리 현상을 설명하지 말 것, 그리고 비법을 공개하지 말 것입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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