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그라운드의 난투 30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3월 30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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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투의 심연엔 애정과 열정이 있었다”
흥미진진한 에피소드 62가지 소개

“한국프로야구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 책이다. 하지만 그 아픔과 부끄러움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이룰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진정 프로야구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런 글을 쓸 수 없다.” 이 책을 두고 KBO 구본능 총재가 일갈한 평이다. 그런가하면 역대 한국야구 최고의 투수로 일컬어지는 선동렬은 이렇게 말했다. “현역시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때는 볼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자칫하면 불상사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나의 젊은 시절이 되살아나고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한국프로야구의 아픔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고 한국 최고투수의 젊은 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일까. 이 책은 한마디로 ‘발칙한 책’이다. 한국프로야구의 부끄러움을 보여준다. 치부를 드러낸다. 그러나 그 부끄러움과 치부는 한국프로야구를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야구 발전 역사의 토양이 된 ‘껄끄럽고 목에 걸리지만 몸에 좋은 거름’을 이야기한다.

● 해태버스 보복 방화부터 박찬호 이단 옆차기까지

책 제목은 ‘한국프로야구 난투사(홍윤표 지음, 일리 펴냄)’다. 프로야구 현장에서 벌어졌던, 좋게 말하면 ‘다양한 충돌’이고 냉정하게 말하면 ‘난동과 난투 혹은 폭력과 광기’다. 선수들끼리의 난투 혹은 선수와 심판, 감독과 감독, 관중들끼리의 난동 등이 그 내용물이다. 다행인 것은 그 난동의 깊은 심연엔 프로야구의 애정과 사랑 그리고 열정이 자리 잡고 있다.

잘 알려진 1986년 ‘대구관중들, 해태 버스 보복 방화’부터 1999년 ‘박찬호가 경기 도중에 날린 이단 옆차기’까지 굵직한 난투 사례 62가지를 소개했다. 일단 재미있다. 싸움만큼 재미있는 구경도 없다고 했잖은가. 소제목만 봐도 흥미진진하다. ‘18연패…삼미 슈퍼스타즈의 최후’ ‘김동엽 감독의 목발 항의’ ‘암표상, 심판 숙소 기습사건’ ‘김상국, 미트로 김미호 머리를 치다’ ‘김응룡 감독 등 6명 집단 퇴장 사건’…

일단 본문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한 관객이 서프라이즈석 앞 그물을 넘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느닷없이 박근영 1루심에게 달려들어 팔로 목을 감는 ‘헤드록 걸기’를 시도했다. 결국 두 사람은 엉킨 채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곧바로 KIA 1루수 브레 필과 SK코치와 보안요원들이 달려가 제지했고 관중을 떼어냈다.’ 그렇다. 지난해 4월30일 세월호 참사 속 술 취한 관중이 그라운드에 난입했던 그 때다.

● “난투는 시대의 분출구이자 사회를 향해 페어플레이를 요구하는 외침이었다”

스포츠는 전쟁이다. 아니 싸움이다. 스포츠맨십이라는 이름으로 고상하게 불리지만 그 속성은 전쟁이고 싸움이다. 야생의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싸움에는 이유가 있다. 한국프로야구의 난투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과거 충돌의 저변에는 정치 사회 문화적 배경이 깔려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프로야구의 난투는 시대의 분출구였는지도 모른다. 충돌의 원인은 많은 부분이 판정시비다.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선수와 감독 코치 그리고 심판들이 문제제기를 했다. 페어플레이와 룰 준수를 요구한 그들의 목소리는 사회 모든 시스템을 향한 것일 수도 있다.”

●20년 베테랑 기자 출신…그는 지금도 프로야구 현장을 지킨다

이 책을 쓴 홍윤표 씨는 누구일까. 프로필을 보니 체육기자 20년의 베테랑이다. 지금도 한 인터넷매체에서 선임기자로 현장을 누비는 현역기자이기도 하다. 아하 그렇구나. 그래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었고 사건 당사자들과의 후일담을 기록할 수 있었구나하며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30여년 그라운드 속 난투극을 보며 뒷맛이 껄쩍지근한 듯 하다. 조용히 속삭이다. “이제 깔끔한 겨루기가 살아 숨 쉬었으면…”하고 말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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