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규모로 듣는 말러 교향곡 4번, 심금을 울리는 ‘울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9일 11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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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구스타프 말러
저는 합창부가 유명한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강당에서 우렁찬 합창으로 부르던 노래를 때로는 합창부 친구들 네 명이 교실에서 중창으로 불렀습니다. 한 파트를 여러 명이 부르던 노래를 파트마다 한 명이 부르니 웅장한 맛은 덜했지만 깔끔하니 나름의 색다른 묘미가 느껴졌습니다. 이런 것을 ‘소노리티(sonority)가 다르다’고 표현합니다. 우리말로 ‘울림’이라고 할까요. 소리의 크기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독일에서는 ‘하모니무지크(Harmoniemusik)’라는 연주 형식이 유행했습니다. 대체로 오중주 정도의 목관앙상블로 연주하는 실내악을 뜻합니다. 처음에는 하모니무지크를 위한 새 음악들을 창작했고, 점차 교향곡과 같이 편성이 큰 음악을 하모니무지크용으로 편곡해서 듣는 것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오디오가 없던 시절에 귀족이나 부호가 거실에서 교향곡을 듣는 색다른 경험도 멋졌지만, 대곡을 큰 편성으로 듣는 것과 달리 각 파트를 명료하게 듣는 것도 웅장함 못지않은 매력으로 느껴졌던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독일의 ‘MDG’처럼 하모니무지크로 연주되던 레퍼토리를 전문으로 발굴하는 음반사도 생겼습니다.

하모니무지크와는 다른 일이지만, 오늘날 전 세계 콘서트홀을 장악하고 있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도 실내악단용으로 편성을 줄여 잘 연주됩니다. 그 계기는 아놀드 쇤베르크가 편곡한 말러의 ‘대지의 노래’였습니다. 말러는 이전의 작곡가들에 비해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사용했지만, 그 울림은 비교적 실내악적으로 ‘깔끔’한 편이었습니다. 쇤베르크는 이 점에 착안해 더 간소하게 울리는 말러를 선보였고 이것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것입니다. 이후 다른 음악가들도 쇤베르크의 방법과 비슷하게 말러의 교향곡들을 간소한 편성으로 편곡하기 시작했습니다.

민간오케스트라인 안디무지크필하모니아가 7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연주에 이어 13일엔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4번을 실내악 버전으로 선보이는군요. 국내 음악가가 편곡한 악보를 사용한다니 한층 과감한 음향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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