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캣츠가 저 캣츠인가요? 공연계 캣츠논란 후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2월 10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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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연계는 때 아닌 고양이가 화제다.

현란한 고양이 분장을 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뮤지컬 ‘캣츠’는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과 함께 일명 ‘세계 4대 뮤지컬’의 하나로 꼽히는 걸작이다. 올해 4월에 앙코르 내한
공연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최근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뮤지컬 ‘캣츠’ 제작사 설앤컴퍼니가 ‘어린이 캣츠’ 제작사 뮤다드를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금지(제호 사용금지)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소송은 2010년 10월에 시작돼 4년 이상을 지루하게 끌어 왔다. 2011년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은 설앤컴퍼니, 2012년 1월 서울고등법원 2심은 뮤다드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이번에 대법원이 2심의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설앤컴퍼니는 2003년부터 ‘캣츠’의 원 제작사인 영국의 RUG와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공연을 해 왔다. 뮤다드 측은 “어린이 캣츠는 뮤지컬 캣츠와 내용이 다르다”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보름달이 뜬 밤, 고양이들이 공터에 모여 각자의 이름과 꿈을 이야기한다는 줄거리는 누가 봐도 오리지널 ‘캣츠’와 별 다를 게 없다. 현명한 할아버지 고양이 ‘올디’는 캣츠의 ‘그리자벨라’, 도둑고양이 ‘탐탐’은 악당고양이 ‘맥캐버티’를 연상하게 만든다.

관객도 혼란스럽다. 실제로 ‘어린이 캣츠’를 본 관객이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해서 봤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 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막상 보니 캣츠 별 거 아니네”하는 관객의 오해와 편견은 진짜 ‘캣츠’에게도 고스란히 쏟아지게 된다.

대법원 역시 “캣츠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한 뮤지컬이라는 등의 광고문구에서 캣츠의 명성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어린이 캣츠를 캣츠와 동일 혹은 유사한 공연으로 혼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캣츠는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 공연 중이다. 어린이 캣츠의 흥행수입이 쏠쏠하다는 소문이 나자 다른 극단들이 너도나도 유사 어린이 캣츠를 무대에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뮤다드 측은 4월로 예정된 서울공연에서 아예 ‘오리지널 어린이 캣츠’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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