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도 그림도 허망한 스침을 붙잡기 위한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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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된 생각들’ 책 펴낸 미술학도 전현선 씨

동화 속 이야기와 개인적 경험을 엮어 그림과 글로 표현한 전현선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동화 속 이야기와 개인적 경험을 엮어 그림과 글로 표현한 전현선 씨.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머릿속에 맴돌던 이미지를 그림으로 꺼내 놓고 나면 대개는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것이었구나’ 하고 안심이 돼요.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된 게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25일까지 서울 마포구 플레이스막에서 개인전 ‘뿔과 대화들’을 여는 전현선 씨는 26세의 이화여대 미대 대학원생이다. 전시를 앞두고 ‘그림이 된 생각들’(열림원)이라는 책을 먼저 펴냈다.

‘사사로운 감상 묶음이겠지’ 생각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떠다니는 비누거품 같은 문장은 없다. “‘열 길 물 속 알아도 한 길 사람 속 모른다’는 속담이 ‘속 알 수 없어야 사람’이라는 소리로 들린다”며 고민하는 학생 화가.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어떻게든 일단 튀고 보려 하는 요즘 젊은 세대의 경향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지금 무엇보다 절실하게 느껴지는 대상도 시간이 지나면 달리 보이겠죠. 그 감정을 흘려보내고 난 뒤의 허망함이 두려워서 그림을 그려요. 긴 글은 처음 써 본 건데 그림과 일면 같더라고요. 흩어놓았던 생각들을 문장 속에서 한 덩이로 끌어 모을 수 있다는 걸, 쓰면서 알게 됐어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캔버스 위에 여러 단어를 던진다. 일부러 관계를 정하지 않아도 단어들이 스스로 서로에게 끈을 묶는다. 나는 콜라주다. 나를 지나친 사람들이 모여 붙은 조각이불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들 하지만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부러움은 서로의 일부를 공유하도록, 더 많이 공감하도록 해 준다.’

소통의 욕망으로 뽑아낸 낯선 글이다. 홑겹 조각보를 덮고 누운 느낌. 가볍지만 넉넉히 푸근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전현선#그림이 된 생각들#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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