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스타워즈’에 니체의 초인사상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마크 롤랜즈 지음/신상규·석기용 옮김/452쪽·1만8000원·책세상

영화 ‘매트릭스’에는 근원적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부터 의심하라는 데카르트 철학이 담겨 있다. 동아일보DB
영화 ‘매트릭스’에는 근원적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부터 의심하라는 데카르트 철학이 담겨 있다. 동아일보DB
철학자들은 영화를 좋아한다. 추상적인 관념을 구체화해 풀어 설명하기에 영화는 좋은 교재다. 그래서 철학과 영화를 연결하려는 시도는 적지 않다. 이 책도 그중 하나다. 다만 성공한 할리우드 공상과학(SF) 영화로만 꼭 집어 추렸다는 점에서 다른 철학자들보다 대중성에서는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 마이애미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B급 영화의 팬이다. 그는 외계인, 로봇, 사이보그, 괴물 등 낯선 대상과의 만남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SF물이야말로 “‘타자성’을 통해 우리 자신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슈워제네거를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카를 포퍼, 지크문트 프로이트 등 오스트리아 철학자 계보를 잇는 “할리우드 철학계의 거물”이라고 치켜세우면서 그가 출연한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통해 마음과 육체의 문제를 바라보는 이원론(dualism)과 유물론(materialism)의 입장을 소개한다. 또 다른 출연작인 ‘토털 리콜’(1990년)에 대해서는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나를 같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기억”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인격동일성’ 이론의 하나인 ‘기억이론’을 옹호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이 밖에도 ‘프랑켄슈타인’(1994년)에서는 ‘부조리’의 개념을, ‘매트릭스’(1999년)에서는 데카르트의 인식론을,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는 플라톤의 형이상학과 니체의 초인사상을 연결해 설명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에일리언’ ‘반지의 제왕’ 등 대중적으로 히트한 영화 12편에 대한 신선한 해석과 유쾌한 문체가 돋보이지만 여느 철학서가 그렇듯 쉽게 읽히진 않는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스타워즈#데카르트#매트릭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