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마크 롤랜즈 지음/신상규·석기용 옮김/452쪽·1만8000원·책세상
철학자들은 영화를 좋아한다. 추상적인 관념을 구체화해 풀어 설명하기에 영화는 좋은 교재다. 그래서 철학과 영화를 연결하려는 시도는 적지 않다. 이 책도 그중 하나다. 다만 성공한 할리우드 공상과학(SF) 영화로만 꼭 집어 추렸다는 점에서 다른 철학자들보다 대중성에서는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겠다.
미국 마이애미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B급 영화의 팬이다. 그는 외계인, 로봇, 사이보그, 괴물 등 낯선 대상과의 만남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SF물이야말로 “‘타자성’을 통해 우리 자신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슈워제네거를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카를 포퍼, 지크문트 프로이트 등 오스트리아 철학자 계보를 잇는 “할리우드 철학계의 거물”이라고 치켜세우면서 그가 출연한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통해 마음과 육체의 문제를 바라보는 이원론(dualism)과 유물론(materialism)의 입장을 소개한다. 또 다른 출연작인 ‘토털 리콜’(1990년)에 대해서는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나를 같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기억”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인격동일성’ 이론의 하나인 ‘기억이론’을 옹호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이 밖에도 ‘프랑켄슈타인’(1994년)에서는 ‘부조리’의 개념을, ‘매트릭스’(1999년)에서는 데카르트의 인식론을,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는 플라톤의 형이상학과 니체의 초인사상을 연결해 설명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에일리언’ ‘반지의 제왕’ 등 대중적으로 히트한 영화 12편에 대한 신선한 해석과 유쾌한 문체가 돋보이지만 여느 철학서가 그렇듯 쉽게 읽히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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