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벗하는 삶을 어찌 삼공의 벼슬과 바꾸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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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산수화 특별전

조선 후기 대표적인 궁중 화원 이인문이 그린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 너비가 8.50m에 이르는 대작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조선 후기 대표적인 궁중 화원 이인문이 그린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 너비가 8.50m에 이르는 대작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8m가 넘는 대형 화폭에 웅장한 기암괴벽들이 이어져 있다. 그러나 단순한 산수화가 아니다. 계곡 사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마꾼부터 뱃사람, 농사꾼에 이르기까지 생업에 종사하는 서민들의 삶이 지극히 세밀한 필치로 묘사돼 있다. 이들을 둘러싼 아름다운 산수는 무릉도원을 보는 듯 몽환적인 느낌마저 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9일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 특별전에서 선보이는 이인문의 대표작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의 한 장면이다. 이인문은 동갑내기였던 김홍도와 더불어 18세기 조선의 대표적인 궁중 화원으로 손꼽힌다.

강산무진도가 재밌는 건 자연에 파묻힌 낙원을 그리면서도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내세운 실학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절벽 위와 아랫마을 사람들이 도르래에 밧줄을 달아 물품을 주고받거나, 수차(水車)로 방아를 찧는 모습, 깔끔한 항구 접안시설 등이 그렇다. 자연과 문명이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상향을 담고 있는 셈이다.

조선시대 풍속화의 대가 김홍도가 그린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 8폭의 병풍 그림으로 비단 위에 그렸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전시장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김홍도의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 역시 이번 전시회에서 강산무진도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대작이다. 깊은 산골 한가운데 자리 잡은 기와집에서 거문고를 뜯거나 평상에 누워 사색에 잠긴 선비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자연 속의 삶을 삼공(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의 높은 벼슬과도 바꿀 수 없다’는 제목이 와 닿는다.

중앙박물관이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중국 상하이박물관, 일본 교토박물관에서 들여온 42점의 중국과 일본 산수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국 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그림으로 옮긴 ‘귀거래도(歸去來圖)’는 청나라 건륭제가 감상평을 손수 남길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작가 미상으로 중국 원나라 혹은 명나라 때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온통 청록색으로 그린 버드나무와 뭍을 배경으로 도연명이 배를 타고 귀가하는 장면을 그렸다. 벼슬을 버리고 낙향하는 도연명 옆으로 서책이 한 아름 실려 있다. 자연과 학문을 벗 삼아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이 담긴 듯하다.

이 밖에 이번 전시회에선 중국 명나라 때 거장인 문징명(文徵明)과 동기창(董其昌), 일본의 도미오카 뎃사이의 산수화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주요 전시품에 대한 설명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산수화#이상향을 꿈꾸다#강산무진도#삼공불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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