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완 작가 “숭엄한 동시에 천박한… 책은 괴상하고 역설적인 사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책 소재 두번째 장편 ‘탐정은 어디에’ 펴낸 오수완 작가

책을 둘러싼 기묘한 세계를 소설로 그리는 작가 오수완. 한의사인 그는 “주인공이 자꾸 한의사가 되려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안 쓰는 쪽을 택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곰 제공
책을 둘러싼 기묘한 세계를 소설로 그리는 작가 오수완. 한의사인 그는 “주인공이 자꾸 한의사가 되려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안 쓰는 쪽을 택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쓰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곰 제공
저자는 죽었다. 이야기를 공동으로 쓰는 기술자들이 존재할 뿐이다. 책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북 시티’에서는 책이 자신을 읽어줄 사람을 고른다. 도서관으로만 이뤄진 행성 ‘리브로’에는 잿더미 속에서도 살아남는 단 한 권의 책이 숨어 있다.

오수완(44)의 두 번째 장편 ‘탐정은 어디에’(곰)는 이처럼 책을 소재로 삼은 독특한 소설이다. 중앙장편문학상을 안겨준 첫 장편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에도 희귀본을 찾아 나서는 책 사냥꾼이 등장한다. 책을 둘러싼 세계에 천착하는 이유를 작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책은 괴상하고 역설적인 사물이다. 숭엄한 동시에 천박하며, 지적인 동시에 쾌락적이고, 문화의 매개인 동시에 산업의 생산물이다. 권력의 칼이면서 해방의 횃불이다. 근래에 대중의 시야와 의식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사회와 삶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도 하다. 책에 끌리고, 책의 세계가 무한하며, 존재하지 않는 책에 대해 거리낌 없이 쓸 수 있어서 책에 대한 소설을 쓴다.”

이번 신작은 탐정이 등장하면서도 시공간을 넘나드는 공상과학소설(SF)적 요소가 가득하다. 중편 네 편이 이어진 연작소설이 서로 기묘하게 맞물리며 얽혀든다. ‘탐정이 펼치는 추리는 사랑하지만 그가 영웅인 체하는 건 역겹다’는 작가는 추리소설 형식이되 추리소설만은 아닌 어떤 것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전작을 냈을 때 ‘마의 80페이지’를 못 넘었다는 사람이 주위에 여럿 있었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쓰기로 했다. 추리소설의 탈을 썼지만 추리소설이 아니고, 책의 ‘삶’을 다룬 알레고리만으로도 볼 수 없다. 추리소설과 책의 삶과 독서 경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 독자를 소설의 틈바구니 어딘가로 데려가려고 했다.”

그는 수년 전부터 1년에 100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고 했다. 요즘은 황병승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 수전 손태그의 ‘해석에 반대한다’, ‘지금, 한국의 북디자이너 41인’, ‘톨킨의 환상서가’를 틈틈이 읽고 있다.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그 정도의 책이 필요하다. 그보다 많거나 적으면 삶이 삐걱거린다. 삶에서 도망쳐 책만 있는 자신의 비겁이 싫어진다거나, 돈 버느라고 책을 멀리하는 자신의 비속이 싫어진다거나. 이 정도 속도라면 아마 죽을 때까지 3000권의 책을 더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는 후속작으로 존재하지 않는 책 100권에 대한 소개로 이뤄진 카탈로그 형식의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