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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阿수출 北조형물엔 예술은 없고 선전-선동만”

입력 2014-06-10 03:00업데이트 2014-06-1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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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건축비엔날레 화제작 ‘만수대 마스터클래스’ 작가 최원준
북한이 2010년 제작한 세네갈의 ‘아프리카 르네상스’는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보다 크다. 민주 국가에서 초대형 동상을 제작하는 일은 드물어 북한은 이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자랑한다. 최원준 작가 제공
“북한이 아프리카 독재국가에 세운 체제 선전용 우상화 기념물은 북한 것을 복사해 그대로 옮겨놓은 듯해요. 완성도가 높지만 현지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못 받는 이유죠.”

‘한반도 오감도’라는 제목으로 남북의 근대 건축사를 다룬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사람들의 발길을 붙드는 작품은 최원준 작가(35·사진)의 ‘만수대 마스터클래스’다. 북한이 1970년대부터 아프리카에 기증 또는 수출한 동상이나 기념물, 건축물을 최 작가가 현지 취재해 제작한 21분짜리 다큐멘터리다.

대형 동상을 제작하는 민주 국가는 거의 없다. 북한은 평양을 중심으로 김일성 부자의 동상을 비롯해 14만 개가 넘는 체제 선전용 기념물을 만들어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자랑한다. 이 노하우를 외교적 또는 경제적 이득을 얻는 데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일성 부자의 동상을 제작하는 만수대창작사의 해외사업부가 이 업무를 맡아서 한다.

“1970년대엔 북한이 외교전을 염두에 두고 유엔에 가입하는 아프리카 신생 독립국들에 기념물을 기증했어요. 요즘은 유상으로 지어주고 있는데 2000년 이후만 따져도 건축물 수출로 1억6000만 달러(약 1640억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북한에선 예술 자체가 하나의 선전 도구인데 이 기술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죠.”

최 작가의 집계에 따르면 북한은 1974년 에티오피아 혁명 승리탑을 시작으로 마다가스카르 대통령궁,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국회의사당, 탄자니아 김일성 체육관까지 15개국에 30개의 기념물과 건축물을 지었다.

2010년에는 200여 명의 건축 기술자를 파견해 세네갈에 부부와 사내아이를 형상화한 초대형 조형물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제작했다. 높이 50m로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46m)이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거대 예수상(39.6m)보다 높다. 아버지의 팔에 올라탄 아이의 손가락이 대서양과 미국을 겨냥하고 있어 화제가 됐다.

“처음엔 북한의 문화와 아프리카 현지의 문화가 결합된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상상했어요. 그런데 현지에 가보니 북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주체사상을 드러내는 기념물이 대부분이었어요. 현지 사람들은 북한 기념물의 복사판이라고 비판합니다. 대형 동상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건물은 재료의 질도 낮고 완성도도 떨어집니다.”

‘만수대 마스터클래스’에는 북한이 콩고민주공화국에 설립한 파트리스 루뭄바 초대 총리의 동상이 나온다. 김일성 동상처럼 배가 불룩 나온 이 동상에 대해 현지 주민은 “루뭄바는 전혀 뚱뚱한 사람이 아닌데 잘못 만들었다”며 비판한다.

현지 건축가들은 북한이 주요 공공 프로젝트를 싹쓸이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리가 북한의 식민지냐”라며 불만을 제기한다고 한다.

최 작가는 의무경찰로 복무하면서 시위현장의 채증 사진가로 활동했다. 이를 계기로 제대 후 군부대 시설이나 집창촌 같은, ‘사회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특수 공간’의 변화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왔다.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2013년 프랑스 케 브랑리 미술관 사진작가 지원프로그램 수상자로 선정돼 ‘검은 기념비’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아프리카 기념비와 건축물 다큐를 소개했다.

최 작가는 같은 주제로 9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미디어시티 2014에서, 내년 2월엔 미국 뉴뮤지엄에서 전시회를 연다.

“북한의 건축물을 아프리카까지 가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북한을 알아가야죠. 북한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해외 작가와 학자들이 북한 연구를 독점하는 현실을 두고 보고만 있을 순 없습니다.”

베니스=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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