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우파는 선거때 ‘여섯가지 미각’ 자극… 좌파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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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마음/조너선 하이트 지음·왕수민 옮김/692쪽·2만9000원·웅진 지식하우스

어느 가족이 기르던 개가 집 앞에서 누군가의 차에 치여 죽었다. 가족은 죽은 개를 요리해 먹었다. 가족의 이런 행동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가족의 행위는 도덕적인가 아닌가.

첫 장에 나오는 이 질문에 낚인 사람들은 700쪽에 가까운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도덕심리학자인 저자는 데이비드 흄의 직관주의,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주요 토대로 방대한 실증 연구 자료를 엮어가며 도덕성 강연을 솜씨 좋게 풀어놓는다.

도덕성은 인간 이해의 열쇠어이자 ‘인류 문명을 가능하게 한 인간의 특출한 능력’이다. 도덕성은 다면적이다. 서구의 고학력 중산층, 즉 ‘WEIRD(Western, Educated, Industrialized, Rich, Democratic)’권 사람들은 피해 보는 사람이 없고 공평하기만 하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어차피 죽은 개의 고기를 내가 먹더라도 피해 보는 사람이 없으니 도덕적으로 나무랄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권에 따라 앞의 사례에 역겨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도덕성이 한 가지 차원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여섯 가지 미각 수용체를 지닌 혀’와 같기 때문이다. 그 여섯 가지란 배려, 공평성, 충성심, 권위, 고귀함, 자유이다. 죽은 개의 고기를 먹었다고, 그래서 아무도 피해 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역겨움을 느끼는 이유는 도덕성의 고귀함이라는 미각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다원적 도덕성은 글의 ‘초고’처럼 기본적으로 타고나는 것이고, 이는 진화 과정의 자연 선택에서 유리한 특성이 된다.

선거에서 좌파보다 우파가 유리한 이유도 도덕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좌파는 배려 공평 자유 3가지 도덕성에만 호소하는 반면, 우파는 충성심 권위 고귀함까지 여섯 가지 미각을 고루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양극화가 심화하는 미국 사회를 걱정하며 전공 분야를 파고든 끝에 도덕적 다원주의를 포함해 도덕심리학의 3가지 원칙을 도출해냈다. 이 원칙들은 양극화 해결 방안을 제시하진 못하지만 그 원인을 설명하는 데는 꽤 유용한 듯하다. 원제는 ‘The righteous mind’인데 도덕성으로 이해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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