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얼굴속에 담긴 순수와 행복의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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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 테마전 ‘동자’
삼국시대 유물 ∼근현대 회화 57점… 이상향을 향한 때묻지 않은 정신 구현

7세기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금동탄생불입상’은 흔히 ‘아기 부처’라 부르는 석가모니의 탄생 설화를 형상화했다. 높이 15cm.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동자, 순수와 행복의 얼굴’을 찾으면 동자에 투영된 선조들의 정신과 기원을 만날 수 있다. 호암미술관 제공
7세기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금동탄생불입상’은 흔히 ‘아기 부처’라 부르는 석가모니의 탄생 설화를 형상화했다. 높이 15cm.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동자, 순수와 행복의 얼굴’을 찾으면 동자에 투영된 선조들의 정신과 기원을 만날 수 있다. 호암미술관 제공
‘천진난만(天眞爛漫), 순진무구(純眞無垢).’

‘꾸밈이 없고 깨끗하고 맑은 영혼’을 일컫는 이 4자성어들은 주로 어린이에게 쓸 때가 많다. 둘 다 공통적으로 ‘참 진(眞)’이라는 한자가 들어 있다. 중국 도교의 장자(莊子)는 “예(禮)란 세속의 꾸밈이요, 진은 하늘로부터 받는다”고 했다.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테마전 ‘동자, 순수와 행복의 얼굴’은 이처럼 동자에 투영된 선조들의 정신과 기원을 찾는 자리다. 삼국시대 유물부터 근현대 작품까지 깃털처럼 많은 세월 동안 동자는 우리 문화에서 어떻게 소화됐을까. 모두 57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는 그런 물음에 대한 단초를 꽤나 풍성하게 제공하고 있다.

동자의 맑고 바른 이미지는 먼저 삼국∼고려시대 불교문화와 융합돼 종교적 구도의 대상으로 해석됐다. 7세기 ‘금동탄생불입상’은 흔히 ‘아기 부처’라 부르는 석가모니의 탄생 설화를 형상화했다. 이광배 책임연구원은 “은은한 미소를 지닌 채 오른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은 땅을 향한 자세는 석가가 막 태어나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갈파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고려불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의 선재동자나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의 명부동자에는 깨달음을 찾으며 공양을 바치는 구도자의 마음이 구현되고 있다.

불교에서 동자가 신성화 영역에서 사랑받았다면, 조선회화에서 나타나는 동자는 세속적 욕망을 경계하는 선비정신을 나타내는 존재였다. 문인화가 양송당 김시(養松堂 金(제,지)·1524∼1593)의 ‘동자견려도(童子牽驢圖·보물 제783호)’에서 이상향에 맞춤한 천혜 자연 속에서 나귀를 끄느라 안간힘을 쓰는 동자의 자태는 해학적이면서도 탈속적인 삶을 꿈꾸는 화가의 마음을 대변한다.

16세기 후반 조선 문인화가 김시가 그린 ‘동자견려도’. 보물 제783호. 동자를 통해 탈세속적 이상향을 꿈꾸는 선비의 정신을 대변한다. 호암미술관 제공
16세기 후반 조선 문인화가 김시가 그린 ‘동자견려도’. 보물 제783호. 동자를 통해 탈세속적 이상향을 꿈꾸는 선비의 정신을 대변한다. 호암미술관 제공
반면 민화에서 동자는 좀 더 원초적이고 실제적인 욕망의 표현 대상이 된다. 중국에서 유래한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는 궁중 가례(嘉禮)에서 쓰이다 이후 민간에서도 혼례 때 장식화로 유행했다. 분양왕으로 봉해진 당나라 정치가 곽자의(郭子儀·697∼781)가 자손과 신하에게 둘러싸여 연회를 즐기는 장면인데, 입신출세와 가문 번영을 기원하는 뜻을 지녔다. 실제로 곽자의는 중국에서 복성(福星)으로 불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린이의 순수함을 화폭에 담은 박수근(1914∼1965)과 이중섭(1916∼1956), 장욱진(1917∼1990)의 근현대 명화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내년 3월 1일까지. 2000∼4000원. 031-320-1801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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