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로봇 듀오 ‘다프트 펑크’ 그래미상 5관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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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회 시상식 파격-반전 가득

26일 오후 8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56회 그래미 시상식은 21세기 들어 가장 화려하고 파격적인 시상식을 보여줬다. 3시간 30분 내내 반전의 연속이었다.

스스로 로봇이라고 주장하는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가 가장 중요한 부문인 ‘올해의 앨범’과 ‘올해의 레코드’를 포함해 5개 부문을 휩쓸었다. 올해 18세가 된 뉴질랜드의 여고생 싱어송라이터(로드)가 ‘올해의 노래’를 낚아챘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는 노래(‘세임 러브’)를 부른 듀오(매클모어 & 라이언 루이스)가 ‘최우수 신인’으로 뽑혔다. 이들이 축하 무대에서 ‘세임 러브’를 부를 때 객석 한곳이 갈라지며 예복을 차려입은 동성 커플 33쌍이 나타나 노래의 절정부에서 반지를 교환했다. 전례가 없는 ‘시상식 중 결혼식’이었다.

시상식 내내 로봇 탈을 쓰고 자리를 지킨 다프트 펑크는 수상자로 호명돼 세 차례나 무대에 올랐지만 가면을 벗지 않았으며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들의 히트곡 ‘겟 러키’에서 노래를 맡은 퍼렐 윌리엄스는 듀오를 대신해 마이크를 잡고 “아마 이 로봇들도 감사할 사람으로 가족을 꼽을 것”이라고 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1964년 그래미에서 신인상을 받았던 비틀스는 딱 50년 만에 평생공로상 수상자가 됐다. 비틀스의 생존 멤버인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가 축하 무대에서 함께 연주했고, 객석에는 존 레넌과 조지 해리슨의 부인인 오노 요코와 올리비아 해리슨, 존 레넌의 아들 숀 레넌이 얼굴을 비쳐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축하 무대는 더없이 화려했다. 지난해 시상식 분위기가 미국 내 잇단 총기사고를 의식한 듯 무채색이었다면 올해는 총천연색이었다. 메탈리카가 자신들의 폭발적인 히트곡 ‘원’을 클래식 피아니스트 랑랑과 협주했다. 다프트 펑크는 스티비 원더와 한 무대에 섰다. 여성 가수 핑크는 천장에서 늘어뜨린 서커스용 그네를 타고 곡예하듯 객석 위를 빙빙 돌며 노래했다.

전문가들은 그래미의 변화에 주목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그래미는 몇 년 전부터 영국의 아델과 멈퍼드 앤드 선스, 캐나다의 아케이드 파이어에 주목하며 미국 내 창작력 고갈을 인디 출신의 비(非)미국 음악인에서 찾아왔다”면서 “이번에 다프트 펑크와 로드의 수상은 팝의 중원을 차지했던 미국 음악계가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갈 길을 제시받는 모양새를 보여 준다”고 했다. 이대화 평론가는 “미국 컨트리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수상 실패와 괴짜 뮤지션들의 득세에서 그래미가 젊어진 모습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제56회 그래미 시상식#다프트 펑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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