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통… 미꾸라지 통발… 별별 옹기 다 모였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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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유물 자료집
질박한 무늬… 옛장인 깊이 묻어나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옹기 항아리(위쪽)와 미꾸라지 통발(가운데), 벌통(아래쪽). 지름이 96cm인 항아리는 김치나 소금을 저장하는 독으로 사용했다. 조선시대에는 항아리 외에도 쓰임새가 다양한 생활용품을 옹기로 만들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옹기 항아리(위쪽)와 미꾸라지 통발(가운데), 벌통(아래쪽). 지름이 96cm인 항아리는 김치나 소금을 저장하는 독으로 사용했다. 조선시대에는 항아리 외에도 쓰임새가 다양한 생활용품을 옹기로 만들었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가재도구의 변천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요즘 ‘옹기’ 보기가 참으로 힘들다. 집집마다 장독대를 채웠던 옹기들은 도시화와 아파트 범람에 휩쓸려 사라져갔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보유한 옹기 419점도 원 소장자들이 상당수 ‘놔둘 데가 없어’ 기증한 유물이다.

하지만 옹기는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의 삶과 이어진 유구한 전통을 지녔다. 게다가 흔히 떠올리는 ‘잿물을 바른 갈색 독’은 옹기의 강도와 통기성을 탁월하게 높인 18세기 조선 선조들의 지혜가 배인 독창적인 문화유산이다.

천 관장은 “한민족의 발효음식 문화와 과학이 만든 놀라운 산물”이라고 평했다. 민속박물관이 최근 발간한 소장유물 자료집 ‘옹기’에는 이처럼 너무 익숙해 모르고 지나친 옹기의 이면들이 오롯이 담겼다.

옹기 하면 일반적으로 항아리가 떠오르지만 의외로 쓰임새와 모양새가 다양했다. 물론 민속박물관 소장 옹기도 항아리가 약 27%로 가장 많다. 하지만 벌통이나 미꾸라지 통발처럼 ‘이런 것도 옹기야?’ 싶은 게 꽤 된다. 박물관이 X선을 투과시켜 봤더니, 앞뒤로 입구가 있는 벌통은 내부에 구멍이 여럿 뚫린 이중구조로 만들어져 벌들이 꿀을 저장하도록 돼 있다. 통발은 미꾸라지가 들어가긴 쉬우나 빠져나오기 어려운 형태를 지녔다. 옹기는 단지 저장 목적 외에도 조선시대 여러 생활에 녹아들어 사용됐다.

옹기에 새겨진 문양들도 인상적이다. 옹기 문양은 크게 ‘수화문(手畵紋)’과 ‘도구문’으로 나뉜다. 말 그대로 직접 손으로 그리거나 조각 도구를 이용한 것이다. 수화문은 주로 파상문(波狀紋·물결무늬)이 많고, ‘술테’나 ‘근개’라 부르는 도구를 쓸 땐 횡선문(橫線紋·가로줄무늬)을 새겼다. 이경효 학예연구사는 “예술적으로 대단한 가치를 지녔다고는 볼 수 없으나, 질박하나 편안한 무늬는 옛 장인들의 자연스러운 깊이가 묻어난다”고 설명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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