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푸시킨에서 체호프까지… 19세기 러시아 문학 대서사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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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이현우(로쟈) 지음/308쪽·1만5000원·현암사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강의실을 책 속에 옮겨 놓았다. 책장을 펼치면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황금시대를 빛낸 문호들의 삶과 대표작을 누비는 장대한 여정에 동행할 수 있다.

러시아 작가의 계보는 푸시킨에서 시작한다. 푸시킨과 더불어 고골, 레르몬토프까지 이 3대 작가들이 1820∼1840년대 러시아 근대 문학의 토대를 쌓았다. 이후 1856∼1880년 활동한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는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3대 작가로 꼽힌다. 19세기의 문을 닫은 작가는 체호프였다.

푸시킨은 러시아 최초의 ‘전업 작가’였다. 기울어진 귀족 가문 출신이었던 그는 자기가 쓴 원고 매수까지 꼬박꼬박 기록해뒀다. 부유한 귀족 작가인 톨스토이나 투르게네프는 작품을 쓰지 않아도 생계에 지장이 없었지만 푸시킨은 달랐다. 푸시킨 문학은 기본적으로 슬픔을 다루지만 밝고 경쾌하다.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예브게니 오네긴’에도 푸시킨 특유의 ‘밝은 슬픔’이 관통한다.

고골은 러시아 문단에 두 작가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푸시킨과 고골 자신이었다. 푸시킨이 긍정적 비전을 제시하고 자신은 부정적인 군상을 묘사한다고 여겼다. 1837년 푸시킨이 결투를 하다 숨지자 고골은 큰 충격을 받고 ‘이제 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후 진지한 소명 의식으로 ‘죽은 혼’을 집필한다. 고골과 도스토옙스키 문학이 러시아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면, 톨스토이 문학은 상대적으로 유럽 공통 문학, 보편 문학적 성격을 가졌다. 도스토옙스키가 러시아 민족의식이라는 주제를 강조한 비극을 썼다면, 톨스토이는 ‘나’의 세계에 관심을 둔 서사시에 견줄 수 있다.

체호프는 단편을 꾸준히 발표했지만 정작 그가 좋아한 것은 극작과 연극이었다. 극작가로 그가 빛을 본 작품은 ‘갈매기’였다. 1896년 페테르부르크에서 이 작품이 초연됐을 때는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체호프가 코미디로 해석하고 연출해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2년 뒤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러시아 연출가 스타니슬랍스키가 비극으로 해석해서 올려 대성공을 거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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