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善愛日 ‘종가의 정신’ 되돌아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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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 마련된 종가 특별전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 마련된 종가 특별전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국립민속박물관은 4일부터 기획전시실Ⅰ에서 열리는 특별전 ‘종가(宗家)’를 준비하면서 영문 소개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종가를 뭐라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기 때문이다. 결국 문구는 ‘존경받는 씨족 가문의 우두머리 집안(the head family of a respected clan)’으로 선정됐다. 이건욱 학예연구사는 “독특한 종가문화를 정의하기엔 한참 부족하다”며 “김치처럼 종가도 하나의 고유명사로 세계에 알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종가는 우리말로도 쉽게 설명하기 힘들다. 단순히 명문가나 본가와는 다른 질감을 지녔다. 종가를 보여주는 전시도 자칫하면 난해해지기 쉽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전시가 종전에 있었으나 족보나 서책만 나열해 꽤나 지루했다.

하지만 이번 민속박물관의 종가특별전은 그런 우려를 해소하려는 고심이 엿보였다. 전체적으로 나무 살로 기와지붕을 형상화해 천장에 설치하고 곳곳에 종갓집의 대청마루와 사랑방, 장독대를 재현해 편안한 분위기를 살렸다. 그래픽디자이너들과 협업해 3차원(3D)으로 입체감 있게 종갓집 어른과 손님상, 제사를 표현한 것도 흥미로웠다.

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의 주제를 ‘적선애일(積善愛日)’로 삼았다. 밖에서는 선행을 쌓고 안에서는 부모에게 효도한다는 뜻이다. 이번에 전시된 영천 이씨 농암 이현보(1467∼1555) 종가의 ‘애일당구경첩(愛日堂具慶帖·보물 제1202호)’을 보면 90세가 넘은 부모를 위해 농암이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또 귀천에 상관없이 주민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했다. 21세기 권문세가들이 종가라 불리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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