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늘아가, 역질 와중에 편안하다니 든든하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풍산 김씨 허백당 문중 자료 특별전… 며느리에 보낸 시아버지 편지 등 전시

1845년 5월 24일 경북 안동 풍산에 사는 시아버지가 안동 온혜의 친정에 다니러 간 며느리에게 쓴 한글 편지.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1845년 5월 24일 경북 안동 풍산에 사는 시아버지가 안동 온혜의 친정에 다니러 간 며느리에게 쓴 한글 편지.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역질 때문에 안심이 안 되어 소식이 궁금했는데 걱정 근심 없이 그저 편안하다니 든든하고 기특하다. … 부디부디 걱정 말아라. 외가라고 해도 남의 집이니 부디 어른께 걱정 끼치지 말고 편히 편히 놀다가 오너라.”

‘시(媤)월드’는 언제나 어렵다지만 조선시대 시댁의 따뜻함을 엿볼 수 있는 한글 편지가 공개된다. 7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경북 안동시 도산면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에서 열리는 풍산 김씨 허백당 문중 기탁자료 특별전에서다.

1845년 5월 24일 안동 풍산에 사는 시아버지 김중후는 안동 온혜의 친정에 다니러 간 며느리 진성 이씨에게 한글 편지를 보냈다. 안동에 역질이 발생해 걱정을 하다가 무사하다는 며느리의 편지를 받고서 답장을 쓴 것이다.

시아버지는 안심하면서 며느리에게 가까운 외가에도 방문해 편하게 지내다 오라고 했다. 또 “네 남편을 한번 온혜로 보내 삼사일 다녀오게 할까 생각하나 두창(천연두)이 낫지 아니하여 보내지 못하니 민망하다”면서 사돈댁의 안부를 두루 물었다. 특히 “이 편지를 밖에 두었다가 오랜 후에 들여가거라”라고 쓴 대목에서는 편지를 통해 며느리에게 전염병이 옮지 않도록 배려한 마음이 엿보인다.

전시에는 선비 김세락이 1914년 부인의 두 번째 기일을 맞아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적은 제문, 선비 김중휴가 조상 19명의 행적과 관련된 31가지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묶은 ‘세전서화첩’ 등 130여 점이 전시된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